구엄리 친정바다는 여여(如如)하다
구엄리 친정바다는 여여(如如)하다
  • 제주일보
  • 승인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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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엄리 생이동산(上)
돌로 만들어진 동산, 섬이라는 환경 속 특별한 풍경
구엄리 해안가에 위치한 생이동산에서 또 하나의 추억 쌓아

 

 

구엄리 친정바다는 여여(如如)하다

 

흔히 동산이라고 하면 앞동산 뒷동산처럼 마을에 있는 자그마한 숲 언덕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제주에는 돌로 만들어진 동산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섬이라는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가 이뤄낸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신비로운 매력이 있는 생이 동산에서 바람난장 식구들은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고은作, 돌염전에서.
흔히 동산이라고 하면 앞동산 뒷동산처럼 마을에 있는 자그마한 숲 언덕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제주에는 돌로 만들어진 동산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섬이라는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가 이뤄낸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신비로운 매력이 있는 생이 동산에서 바람난장 식구들은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고은作, 돌염전에서.

시인의 시는 어떻게 탄생할까. 사람들은 말한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그런 시가 나오는 것이냐고. 그럴 때 시인들은 겸연쩍다. 살면서 경험한 것들에서부터 어느 순간 불쑥 들어오는 어떤 것들이 모두 시가 되기도 하는데 그걸 말로 표현하기엔 복잡 미묘한 데가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시는 삶이고 경험이고 세계를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를 읽는 이는 이 세계를, 현실을 간절하게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우울한 시절에 시는 가장 좋은 마음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시인의 문장 속에는 슬픔도 아픔도 빛을 내면서 토닥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 주는 비처럼 은근스럽게 내면을 채워주는 향기다.

특히 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시는 공감대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시에 감춰진, 시 너머에 있는 이야기들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되니까.

구엄리 해안가에 위치한 생이 동산도 그런 곳이다. 시인이 나고 자란 구엄리 생이 동산은 어릴 적 친구들과 깨 벗고 뛰어놀던 곳이라고 한다. 흔히 동산이라고 하면 앞동산 뒷동산처럼 마을에 있는 자그마한 숲 언덕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제주에는 돌로 만들어진 동산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섬이라는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가 이뤄낸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생이는 제주방언으로 참새를 일컫는 말이다. 그 당시에 참새가 많이 날아와서 앉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참새처럼 작은 동산이라고 해서 생이 동산이라고 부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 생이 동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시인의 시에서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풍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 난장에는 특별히 도서출판 ‘황금알’ 주간이면서 시인인 김영탁 님이 참여해 문순자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이번 난장에는 특별히 도서출판 ‘황금알’ 주간이면서 시인인 김영탁 님이 참여해 문순자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오늘은 특별하게 도서출판 황금알주간이면서 시인인 김영탁님이 참여해서 문순자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잔잔한 바다 속 같은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듣는 이들을 허벅장단의 심해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정월 친정바다는 니나노,

니나노타령

하룻밤에 한 집씩 멍석 깔아놓으면

예닐곱 내 어깨에도

춤사위 실렸으니

 

악기래야 북 장구 병에 꽂은

놋숟가락

등에 진 물허벅도 부려놓으면

허벅장단

아버지 북채 끝에서

흰눈발 쏟아졌으니

 

여자로 나느니 차라리 쉐로 나주

입에 붙은 그 소리 훌훌 털던

노랫가락

농한기 바다도 슬쩍

엉덩일 디밀었으니

-문순자, ‘허벅장단-친정바다전문

 

바다는 그냥 바다가 아니다. ‘친정바다라는 말에서 시인이 얼마나 오래 그 바다와 동고동락 희로애락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정월이면 흰 눈발도 듬성듬성 날렸을 텐데 집집마다 멍석을 깔고 춤사위를 즐겼다는 문장에서 이 동네의 내력을 살필 수 있다. 아버지는 어쩌면 농사일보다도 노랫가락을 더 즐겼을지 모른다. 그래서 집안을 일으킨 건 여자들이었을 것이다. ‘

차라리 쉐로 나주에서 소처럼 힘든 삶을 살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구엄리 바다는 이 모든 걸 지켜보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노랫가락에 엉덩일 디밀면서 들썩거렸다는 촌철살인 같은 시구. 그래도 힘들고 슬플 때마다 찾아가 위로받고 싶은 곳이 친정인 것처럼 바다는 그런 마음 다 안다고 괜찮다고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고 썰물처럼 어루만졌을 것이다. 그러니 바다만큼 배포가 큰 친정이 어디 있으랴.

수심만큼이나 깊은 영원한 사랑의 노래 성악가 황경수님의 ‘사랑의 찬가’가 이어진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이 잔잔한 바다 위를 건넌다.
수심만큼이나 깊은 영원한 사랑의 노래 성악가 황경수님의 ‘사랑의 찬가’가 이어진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이 잔잔한 바다 위를 건넌다.

그 수심만큼이나 깊은 영원한 사랑의 노래 성악가 황경수님의 사랑의 찬가가 이어진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이 잔잔한 바다 위를 건넌다. 절망은 한때의 위기처럼 지나갈 것이다. 절실한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이 오고 있으니.

문순자 시인의 ‘허벅장단’을 맨발에 큰 붓을 들고 화선지에 일필휘지하는 캘리그라피스트 김효은님. 붓 끝에 실린 열정에 우리는 매혹 당했다.

문순자 시인의 허벅장단을 맨발에 큰 붓을 들고 화선지에 일필휘지하는 캘리그라피스트 김효은님. 붓 끝에 실린 열정에 우리는 매혹 당했다. 한 자 한 자 놓치지 않고 정성으로 획을 긋는 모습에 바다도 잠시 숨을 멈추고 지켜보는 듯했다. 허벅장단을 추듯 살아 움직이는 문장들이 구엄리 바닷가를 채우고 우리는 여전히 이곳에 와서 삶을 노래할 것이다. 그렇게 구엄리 친정바다는 여여(如如)하게 흐르고 있음으로.

‘생이’는 제주방언으로 참새를 일컫는 말이다. 그 당시에 참새가 많이 날아와서 앉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참새처럼 작은 동산이라고 해서 ‘생이 동산’이라고 부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회 정민자

음악 황경수(노래)

현희순·전병규(국악)

이관홍(색소폰)

시낭송 정민자·김영탁

퍼포먼스 김효은(캘리그라피스트)

그림 고은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음향 최현철

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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