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수(鳩鳴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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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동양에서 비둘기는 길상으로 여긴다. 비둘기를 뜻하는 한자 ‘鳩(구)’는 아홉 구(九)와 음(jiu)이 통하기 때문에 장수의 의미로 해석한다. 그 울음소리가 ‘구구’해서 지어졌다는 말도 있다. 예전 중국에서는 나이 일흔이 된 노인에게 옥으로 된 지팡이를 내려주는데, 손잡이를 비둘기 형태로 장식했다고 한다. 근심이 없는 새이므로 노인들도 근심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근처에 있는 산방산탄산온천 입구에는 ‘鳩鳴水(구명수)’라고 쓰인 간판이 눈길을 끈다. 비둘기 울음소리가 나는 물이라는 뜻이다. 탄산이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소리가 마치 그 새의 울음 같아서 붙여진 것이다. ‘救命水(구명수·생명을 살리는 물)’란 뜻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에 괴질이 확산했을 때 이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자 씻은 듯 사라졌다는 전설도 담겨 있다.

▲산방산탄산온천이 코로나19로 인해 유명세(有名稅)를 치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 잠잠한가 싶더니 지난 10일과 11일에 주민과 그의 가족이 확진자(52번, 53번)로 판명 났다. 모두 온천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23일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모른 목사 부부(29번과 33번)가 이곳을 방문한 후 14일 오전까지 총 9명의 누적 확진자(도내 8명, 도외 1명)가 발생했다. ‘온천발 코로나’라는 말처럼 지역 확산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좁은 지역사회이기에 그 충격은 크다. 마스크 쓰는 곳을 추가하는 등 제주형 방역 대책이 강화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인근에 거주하며 평소 온천욕을 즐겼던 안덕면과 대정읍 주민들은 멘붕에 빠졌다. n차 감염이 또 언제 어디서 불쑥 나올까 봐 가슴을 졸이고 있다. 지금도 당국이 지목한 위험 기간 동안 이곳을 방문했던 600명 중 100명 정도가 코로나19 미검자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 ‘조용한 전파’가 무섭다. 확진자 본인도 평소 증상이 없다 보니 자신이 감염된 사실조차도 모르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무증상은 잠복기에는 잠잠하다가 발현되기 직전에 가장 전파력이 높다고 하니 걱정이다.

▲산방산탄산온천을 찾는 이들은 산방산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기다 보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은 물론 도민들 사이에서도 핫 플레이스다. 그 영화를 되찾기 위해선 ‘비둘기’가 날아와야 한다. 그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모두가 마스크를 벗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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