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도전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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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조시인

얼마전 KBS 꿈의 무대에 출연한 윤광남(. 90) 씨의 도전은 감동이었다. MC가 건강의 비결을 묻자 잘 걸어 다니고, 잘 웃고 화를 내지 않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노래를 부르 것입니다.‘ . 그 때 나이가 똑같은 김영희씨가 문득 떠올랐다.

지난 7월 말 저녁노을이 깔리는 삼양해수욕장 삼양동 연가시비 앞에서 제주재능시낭송회에서 낭송으로 즐기자라는 제재로 회원들의 시낭송이 있었다. ...“다음은 구순을 맞은 김영희 회원이 한용운의 시 사랑하는 까닭을 낭송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저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짧지 않은 시다. 그러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낭송을 하였다. 아담한 체격이다. 그런지 꼿꼿하게 걷는다. 겸손하면서도 소녀처럼 해맑다. 총명하고 열정적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한 편의 시를 낭송하기 위해 몰입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장시(長詩)인 경우 고령이면 더욱 어렵다. 외우기도 쉽지 않지만, 시의 이미지를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서 낭송해야 한다. 그래야 청중을 조금이라도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80대 후반에 시낭송을 시작했지만 대회에도 출전하여 수상을 할 정도로 그 열정이 대단하다.

서른 중반에 남편은 많은 빚을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딸 넷을 잘 키워 모두 출가시켰다. 여느 어머니처럼 오로지 자식들만을 위한 삶이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평생 한순간도 자신을 위한 삶을 찾을 수가 없었다. 칠순이 넘어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초,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합격한 후 방통고도 졸업했다. 지금은 방통대 교육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 뿐인가. 글을 깨치게 되자 문학에 뜻을 품게 되었다. 결국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까지 하였다. 지금은 시낭송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봉사활동도 하고, 시집도 내겠단다. 육체적인 봉사활동은 그렇고,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내용, 장수를 위한 섭생(攝生)에 대한 강의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누구나 건강한 장수를 바란다. 90세가 넘어도 몸과 정신이 온전함과 동시에 품위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영희씨는 이미 이웃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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