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원형 그대로 남은 제주...인류 위해 보전할 세계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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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3관왕 석권
한라산·성산일출봉·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세계의 보편적 자산 인정
제주도 보전...세계가 인정한 자연유산 미래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기준과 표준을 요구하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가치) 시대에서 인류는 무엇을 폐기하고 어떤 가치를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
‘2020 세계유산축전 제주-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제로 지난 4일 개막해 20일까지 17일간 열리는 이번 축전은 뉴노멀 시대 세계유산을 품은 제주도가 가진 의미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자연유산 만장굴의 비공개 구간 탐사.
세계자연유산 만장굴의 비공개 구간 탐사.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단과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전염병 사태와 기후재난이라는 재앙을 맞은 현 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 제주, 인류 전체를 위해 보전해야 할 세계적 유산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제주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지정,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3관왕을 차지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3대 보호지역을 모조리 석권했다. 전 세계도 제주도의 가치를 인정했다.


세계유산은 1972년 유네스코(UNESCO)가 채택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지정된 유산을 말한다. 국경을 초월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인류 전체가 보전해야 할 자산을 의미한다.


세계유산은 크게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문화+자연)으로 구분되는데 제주도는 자연유산에 해당한다. 자연유산 등재기준은 경관가치(최상의 미적가치), 지질가치(지질·지형학적 학술가치), 생태가치(생태학적 진화과정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 생물다양성가치(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지 등) 모두 4가지다.


각각의 고유성과 문화적 가치가 있기에 우열을 가리기 힘든 문화유산과 비교해 자연유산은 등재가 까다롭다. 상대적으로 객관적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유산 1121점(2019년 기준) 가운데 자연유산은 213점 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선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만 유네스코의 까다로운 등재 기준을 충족했다. 종묘(1995년), 남한산성(2014년), 한국의 서원(2019년) 등이 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자연유산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화산섬 제주, 어떤 가치를 품고 있나


유네스코는 수월봉, 산굼부리 등 많은 후보지 가운데 왜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만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세계의 보편적 자산’으로 인정했을까.


제주도의 상징인 한라산(1950m)은 완만한 경사를 지닌 순상화산체로 제182호 천연기념물(1966년)이자 국립공원이다. 봄에는 붉은 철쭉,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영실기암의 가파른 암석과 주상절리, 수 십개의 소규모 화산체(오름), 용암동굴 등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화구 서쪽과 동쪽이 각기 다른 암상으로 이뤄진 백록담도 웅장한 경관을 자랑한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엔 고도에 따라 다양한 식생이 분포한다. 특히 해발 1400m 이상 지역은 세계 최대 구상나무 군락지인 까닭에 보존 가치가 대단히 높다.


천연기념물 제420호인 성산일출봉(180m)은 약 5000년 전 지하에서 상승한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 만들어진 응회구(tuff cone)다. 분화구 직경은 약 600m로 분출 후 수 천년 동안 파도와 바람에 의해 침식돼 지금의 왕관모양을 형성했다. 해안 절벽을 따라 드러난 수성화산체의 단면은 형성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지질학적 가치도 매우 높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으로 불리는 소화산체에서 분출한 용암이 완만한 경사를 따라 북동쪽 해안가까지 약 14㎞를 이동하며 만든 용암동굴군이다. 이번 세계유산축전에서 ‘불의 숨길’ 트래킹 코스로 개발한 길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평소 볼 수 없는 비공개 구간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선제적 방역과 유산 보호를 위해 탐방객 인원을 20명 내외로 제한하고 있다.


이곳 용암동굴군에는 10여 개의 동굴이 있다. 이중 벵뒤굴,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이상 8개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1만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형성 당시 구조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학술적 가치가 높은 이유다. 석회 장식도 볼 수 있는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이란 평가를 받는다. 용천동굴에서는 토기, 철기, 패각, 돌탑 등 통일신라시대 유물이 다량 발견되는 등 역사적 가치도 크다.

불의 숨길 트레킹 프로그램 경유지에서 만날 수 있는 대림굴.
불의 숨길 트레킹 프로그램 경유지에서 만날 수 있는 대림굴.

▲ 왜 보전해야 하는가


코로나19가 쏘아올린 질문 ‘이대로 괜찮은가’는 기후위기로 이어진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위기와 비교하면 감염병이 펼친 삶의 위기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일부 환경전문가는 말한다. 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현상, 54일이라는 역대 최장 장마, 한반도를 연이어 습격한 태풍 모두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재앙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라산에는 구상나무 고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설량 감소, 잦은 태풍 등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기후변화 생물지표인 구상나무 멸종위기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구가 병들면 인간 터전도 사라진다. 인간 역시 지구 생태계 구성원이라서다.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 보존은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017년부터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을 위한 10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월 한라산 어리목 코스의 만세동산 일대에 구상나무 묘목 1000본을 옮겨심기도 했다.


▲ 섬 전체가 보전지역


빼어난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화산섬 제주. 자연유산지역 총면적은 188.5㎢(핵심지역 95.2㎢, 완충지역 93.3㎢)로 제주 전체의 약 10%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10% 면적만 잘 보전하면 될 것인가.


제주도는 섬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2000여종의 식물과 5000여종의 동물이 서식하는 생물자원의 보고다.


보관의 의미가 강한 보존과 달리 ‘보전’은 지속가능한 상태로 유지한다는 뜻을 포함한다. 미래성을 내포한 셈이다. 제주도를 보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세계가 인정한 자연유산을 미래세대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만 년 전 만들어졌다는 ‘불의 숨길’을 걷노라면 “그대로 물려달라”는 만년 후 외침이 메아리가 돼 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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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제주 2020-09-16 10:11:35
정말 이제부터라도 개발을 위한 개발 그만하시요. 멀지않아 땅를 치고 후회하는 때가 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