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죽음의 횡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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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최장 45m 제주시 서문로터리 횡단보도
파란불 신호시간 고작 25초…성인 남성도 뛰어서 건너
16일 외국인관광객 정상 진입 차에 치여 사망


총 길이 45m로 도내에서 가장 긴 횡단보도인 제주시 서문로터리 횡단보도에 대한 안전점검과 함께 시설물 보강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구나 45m에 이르는 횡단보도 양끝에 설치된 신호등은 파란불이 켜진 후 불과 5초 만에 점멸하기 시작, 점멸시간 20초를 포함해 약 25초 뒤에는 빨간불로 바뀌어 보행자의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다.

17일 오전 9~11시 교통량이 비교적 한산한 시간.

파란불을 보고 길을 건너는 대다수 보행자들은 횡단보도 중간지점에서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이 횡단보도를 자주 건넌다는 한모씨(40.제주시 용담1동)는 “파란불이 켜질 때부터 건너야지 중간에 뛰어들었다간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인 남성의 경우 이곳 45m의 횡단보도를 걷는 데 대략 30초가 걸린다. 그런데 파란불이 켜지는 시간이 약 25초에 불과해 이날 대다수 보행자들이 중간지점에서 왜 뛰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특히 2000년 이곳 도로 양옆에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보행자가 대기할 인도도 없이 횡단보도를 설치해놓았다.

이날 횡단보도 양옆에 주차된 차량들 탓에 막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를 보지 못한 운전자들이 그대로 진입하고 있어 사고 위험이 심각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오후 8시30분께 제주에 관광을 온 싱가포르 국적의 얍 비 구왓(Yap Bee Guat.58.여)씨가 이곳 횡단보도를 건너다 강모씨(37.여.제주시 용담1동)가 몰던 12인승 승합차에 치여 사망했다.

인근 호텔로 가기 위해 일행 중 맨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는 횡단보도 20m 지점에서 신호등의 파란불이 빨간불로 바뀌자 당황해 뛰어가다 횡단보도 38m 지점에서 차량에 받히는 변을 당했다.

강씨는 정상적으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진입한 상태였으나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비록 초행길 외국인이지만 교통 선진국 싱가포르에서 온 그가 교통사망사고를 당한 것은 보행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45m의 횡단보도와 엉성한 교통시설물에 기인하며, 이곳에서 사고 위험은 항상 노출돼 있는 상태다.

인근에서 10년 넘도록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2.여)는 “이곳 횡단보도를 느긋하게 건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파란불이 켜지면 걸음을 재촉하거나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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