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제주와 나눔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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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2명의 친구로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사(MS)를 신화적인 기업으로 키운 빌 게이츠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신화를 거론할 때마다 ‘끊임없는 독서’를 강조한다.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공립도서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그는 컴퓨터 천재이면서도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독서를 중요하게 여긴다. “내 아이들에게 당연히 컴퓨터를 사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책을 사줄 것이다”라고 말한다.

컴퓨터 천재가 자신을 만들었다고 밝힌 마을의 작은 공립도서관 규모의 도서관들이 제주도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1일 국토최남단 마라도에 위치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에 낮에는 어린이들이, 밤에는 주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마라분교마을도서관’이 개관됐다. 어린이책 1500권과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도서 700권 등 2200권을 보유한 마라분교마을도서관은 교사와 주민대표가 공동으로 도서관장을 맡아 운영하면서 방과후와 주말에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개방된다.

개관식에 맞춰 제주도교육청 등은 국토 최남단에서 지핀 독서의 열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열망을 담고 ‘책 읽는 제주 만들기 범도민운동’을 선포했다.

이날 마라분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는 독서를 통해 나눔의 삶을 살고 있는 몇몇 인사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인 김수연씨와 푸름이닷컴 최희수 대표, 인터넷포털업체인 NAVER 최휘영 대표들이 그들이다.

김수연 대표는 지난 1987년부터 책이 없어 읽지 못하는 산간벽지를 비롯해 농어촌 및 섬마을 지역 어린이와 주민들을 위해 학교 빈공간에 작은 도서관을 마련하는 일을 20년째 추진해 오고 있다. 젊은 시절 방송 기자로서 세상 곳곳을 누비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그에게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불을 켜다 불이 나자 11층에서 뛰어내리다 숨진 둘째 아들의 죽음은 그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김씨는 자식을 잃고 방황하다가 2년 뒤 목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수십 억원의 사재를 털어 20여년간 강원도 산간벽지 마을 비롯해 추자도 등 섬마을까지 마을도서관을 개설, 책을 기증하고 있다. 이번에 개설된 마라분교마을도서관은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에 의해 개설된 전국에서 109번째 도서관이다. 제주지역에서는 추자, 예래, 월정·행원, 고산, 토산, 강정에 이어 7번째이다. 올해도 도내에는 10곳이 더 개설될 예정이다.

기자 시절 선진국의 공통된 발전 배경에 ‘독서’ 라는 요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국민 모두가 책을 읽는 나라’라는 의미에서 단체의 이름을 처음에는 ‘좋은 책 읽기 가족 모임’으로 했었다.

그에게 왜 책입니까 물어봤다. 그러자 18대 조부인 김종서 장군의 좌우명으로 그 답을 했다. “사람은 저마다 재물을 탐하지만 나는 오로지 자녀가 어질기를 바란다. 삶에 있어서 가장 보람된 것은 책과 벗하는 일이다.”

NAVER 최휘영 대표는 2005년말부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재정 후원자로서 나서고 있다. 또 대형버스에 도서관을 시설한 4대의 ‘책읽는버스’를 구비하고 문화소외지역 학교, 행사장 등을 찾아 독서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푸름이 아빠’ 유명한 최희수 대표는 아들을 학원 한 번 보내지 않고 독서를 통해 영재로 키워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자녀 키우기에 그쳤던 독서유아교육은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김 대표를 만나서면부터 나눔의 독서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오늘(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이들의 기부문화, 나눔의 독서 운동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학부모와 도민들이 먼저 책과 벗할 때 “학교마을도서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라는 한국판 빌 게이츠의 탄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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