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음력 칠월보름, 향교 삭망례 봉행일입니다. 누그러지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요즘 재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등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때맞추어 제10호 태풍 ‘마이삭’까지 휘졌고 있으니 삭망례는 제관만 참석하여 간소하게 봉행한다는 향교 전교님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불가에서는 백중불공을 드리는 전통이 있지요. 평소 같으면 신도들이 모여들어 큰 행사로 치르는 게 십상인데, 제물 공양하는 보살님 몇 분만 오시도록 하여 주지스님 홀로 예불을 드린다 하니 동참하자는 아내의 청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사찰의 신도회장이지만 평소 무관심하다는 자책감이 들고 있는 터라 군말 없이 따라나섰지요. 부처님께 삼배 드리고 영가전에도 제주를 따라 올리고 지극한 불심과 효심으로 재배를 드렸습니다.
우리나라 유교신봉자가 십만 명도 안된다는 통계(2015 인구센서스 자료)가 있습니다. 저처럼 다른 종교를 신봉하면서도 향교에 출입하거나 그저 선비나 유림으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재가불자(在家佛者)라는 말이 있듯이 재가유교인은 더 많지 않을까요. 국민의 절반이 무종교일 뿐만 아니라 유교적인 삶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사람도 태반이라 하니 말입니다.
유교를 종교로 볼 것인가라는 말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어요. 믿음의 대상인 신(神)이 없으니 초인적 힘을 인정할 수 없고 성물(聖物)도 없을 뿐 아니라 사후세계 즉 내세관(來世觀)도 없으니 종교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그러한데 우리나라 유학의 대가이신 최근덕 선생께서는 유교가 인류의 마루(宗)가 되는 가르침(敎)이기 때문에 엄연한 종교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만세의 성인이신 공부자(孔夫子)를 모시고 있고 대경대법(大經大法)한 인간의 구조적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관혼상제(冠婚喪祭)가 있으며 죽음으로 지키는 도(道)가 바로 종교라는 학설을 들고 있답니다.
어쨌거나 유가(儒家)에서 추구하는 이상사회는 대동사회(大同社會)라 합니다. 따라서 세계의 석학들은 효율적인 생산도 중요하지만 공평한 분배로 인륜도덕의 구현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생산체계에만 몰입하다보면 기계문명, 물질문명의 범람 등 무한경쟁시대로 빠져들어 인간성 상실과 자연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미래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지요.
따라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동양의 유교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유교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근검절약, 견리사이, 효제충신, 선공후사, 멸사봉공 등의 윤리관을 앞세우고 있지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유학사상을 계승 발전시켜야 할 책임 있는 유림지도자라면 시대를 선도하는 봉사정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아닌가 싶네요. 그러나 일부 유림의 편파적이며 유유상종하는 유림사회에서는 유교 문화 발전은 기대할 수 없지 않습니까.
선진 유림단체를 벤치마킹해서라도 화합대제전의 도를 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뜻있는 유림지도자의 자성을 촉구합니다.
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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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사는 고려는 치국의 도 유교, 수신의 도 불교라고 가르침. 고려시대는 유교 최고대학 국자감을 중심으로, 고구려 태학, 백제 오경박사, 통일신라 국학의 유교교육을 실시함. 유교사관 삼국사기가 정사(正史)이던 나라.
다른 종교도 그렇지만 유교는 교과서를 통해 학술적으로 파악하는게 옳음. 세계사로 보면 한나라때 동아시아 지역(중국,한국,베트남,몽고지역)에 세계종교 유교가 성립되어 지금까지 전승. 이와 함께 한국 유교도 살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