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러운 식욕과 식인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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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논설위원

인간의 식욕만큼 탐욕스러운 것은 없다. 루쉰의 「광인일기」에는 ‘식인(食人)’에 관련해 “인간이 야만이었을 무렵에는 누구나 인간을 먹었지요? 그런데 후에 가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래서 인간이 되었습니다. 참된 인간이 되었습니다.”라고 한다. 어쩌면 그것은 신화적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단일한 지구 시장을 내건 기존의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게 살기 좋아졌다고 하는데 인류의 15%는 굶주리고, 20%는 비만과 과체중이다. 세계 식량의 총생산과 저장, 운송, 유통의 85%를 차지하는 10대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현대판 식인을 자행하고 있다.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The Platform)」(2019)은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 속에서 인간 욕망의 디스토피아를 식욕, 식인과 관련해 잘 그려낸 영화다. 수직 구조로 이루어진 감옥은 2인 1실의 300층이 넘는 공간이다. 맨 꼭대기 층인 0층에서 모든 인간들이 먹기에 적당한 음식들을 ‘플랫폼’에 담아 위에서부터 내려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죄수들이 머무는 공간은 인간의 계층 이동처럼 매번 달라지므로 고층에 있으면 탐욕스레 먹고 배설물까지 ‘플랫폼’에 던져 넣는다. 자신의 먹을 양만 먹는다면 골고루 깨끗하게 먹었을 음식들은 50층 정도까지 다다르면 바닥이 나고 지저분해진다. 심지어 죄수들은 서로를 죽이고 식인까지 자행한다. “당신이 그러면 다른 사람이 죽는다는 거 몰라요?”라는 말을 들어도, “우리보다 더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할당량만 먹으면 충분히 살 수 있어요.”라고 소리쳐도 죄수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건 우리 인류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인류를 향해 코로나19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역사상 전례 없는 인류의 자연 침범,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제공하는 축산과 인구 밀집, 지구 온난화.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냈다.”라고 최재천(「생태와 인간」, 『코로나 사피엔스』)은 진단한다. 인간들의 영역을 넘어서 동물과 자연의 영역을 침범해 끊임없이 먹어치운 생태환경이 재앙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지구를 떠받들던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 모든 것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쳐온 4개의 체제가 흔들리면서 문명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뀐다.”라고 홍기빈(「새로운 체재」)은 진단한다. 그리고 그 모든 위기의 근원에 생태 환경에 대한 무한 착취가 있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영화에서는 ‘자발적인 연대감’을 이야기한다. 여태껏 이루지 못한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장 지글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절대 무력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가히 식인적이라고 할 만큼 야만스러운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행동할 수 있습니다.”라는 방향을 일러주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봉기할 권리’를 말한다.(『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모든 개인들과 민족들 사이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과 대결, 전쟁, 약자 짓밟기 등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향 방문으로 또다시 코로나가 창궐할까 염려된다며 이동 자제를 당부한다. 하지만 적잖은 국민들이 고향 방문 대신 여행을 계획한다. 관광객들이 30일부터 4일까지 약 20만 명이 제주를 방문할 것이라 하며, 국내 주요 관광지의 리조트와 호텔이 문전성시일 것이라 한다. 걱정이 앞선다. 모쪼록 마스크 잘 쓰시고, 탐욕스러운 식욕 잠재우시고, 무탈하게 귀가하시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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