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휘, 前 농업기술원장
한 조각의 고기 맛으로도 가마솥 안에 있는 모든 고기 맛을 알 수가 있다. 즉, 작은 것을 갖고 큰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오는 것을 알 수가 있고, 독 속의 물이 얼어 있는 것을 보고도 추워진 것을 알 수가 있다. 바로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먼 곳의 일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옛날에 어리석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추위를 잘 타는 왕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왕이 신하들에게 “왜 가을이 오면 추워지는가”하고 물었다. 이에 학자들이 그 문제를 연구한 끝에 왕에게 보고했다. “그 이유는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낙엽이 쌓이면 땅 온도가 떨어지니까요.” 그에 대한 대책이 무어냐고 묻는 왕의 질문에 학자들의 자신만만한 대답이 걸작이었다. “나뭇잎이 안 떨어지게 하면 됩니다.”
물론 이것은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가볍게 웃어넘길만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동화 속 신하들처럼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기점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만해도 그렇다. 강과 바다는 중금속에 오염된 지 오래고, 하늘은 유독가스로 뒤덮여 SOS를 보낸 지 오래고, 열대우림의 무차별적인 벌채로 많은 생명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괴테의 말처럼 자연에 순응하자.
몇 해 전 환경단체가 벌인 이순신 동상에 방독면을 씌워주는 장면이 떠오른다. “지구는 숨 막혀서 못살겠다.”라는 현수막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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