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해양경찰 예산 1조원 시대 열어…해상 치안력 강화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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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 초임 경위 시절 협소하고 노후된 제주해양경찰서 신청사 부지 확보
해경, 고된 함정 근무 기피…수당 현실화로 함정 근무 선호로 주권 수호 적극
서해청 사상 첫 대통령 해상 경호 업무 완벽 수행…퇴임 후 도민사회 발전에 나설 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7일 전북 해상풍력단지 조성 현장을 방문하면서 해상 경호를 책임진 김도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7일 전북 해상풍력단지 조성 현장을 방문하면서 해상 경호를 책임진 김도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웅비창해(雄飛滄海). ‘넓고 큰 바다에서 힘차게 뻗어나가자’ 김도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59·치안감)의 집무실에 걸린 글귀다. 그의 신념과 도전정신은 제주해경의 발전과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김 청장은 본청 재정담당관(총경)으로 재직했던 2011년 뚝심과 열정으로 해양경찰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대한민국 영해를 넘어 대양(大洋)으로 나가는 치안력을 확보했다.

▲바다와 배에 동경심을 품다

김 청장은 1961년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서 3남 2녀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 부모는 농사일과 함께 구멍가게를 운영했다. 귀덕초, 한림중, 오현고, 제주대 어로학과(81학번)를 졸업했다. 인하대 대학원에서 ‘해적퇴치에 관한 법제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덕리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어른들이 어선에 태워줄 때가 가장 즐거웠다던 그는 어릴 적부터 바다와 배에 대해 동경심을 품었다.

심한 홍역을 앓으면서 고교 시절 한 때 방황도 했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경찰간부 후보생에 도전했다. 재수 끝에 1989년 50명을 선발했던 간부 후보생(38기)에 합격했다. 동기 50명 중 해양경찰 간부는 5명뿐이었다.

귀덕리 고향 앞집에 고(故) 신철주 북제주군수가 살았다. 김 청장의 외삼촌은 한경면장을 역임한 조태욱 사무관이다.

그는 “젊은 시절은 물론 해경간부로 입문한 후에도 신철주 군수는 손편지를 보내올 정도로 저를 각별히 챙겨주며 앞날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 외삼촌 역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 학창시절 방황을 접고,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줬다”고 회고했다.

▲신출내기가 신청사 부지를 확보하다

1990년 경위로 임관한 그는 제주해양경찰서 정보계장을 맡았다.

당시 청사(860㎡·260평)는 낡았으며 파출소와 함께 쓰면서 협소했다. 사무실은 비좁아서 3층 옥상에 가건물이 설치됐다. 제주시는 불법 건축물이라며 철거를 요청했다.

‘마당발’로 통했던 그는 가만있지를 못했다. 조직 확대로 530명이 근무해야 할 신청사 마련에 나섰다.

주위에서 “신출내기가 헛고생을 한다”고 말렸지만, 상관을 설득하고 제주해양항만청의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다. 1994년 제주항 배후에 9600㎡ 면적의 현 청사 부지를 확보했다.

당시 어민들은 해기사 면허도 없이 고기를 잡으면서 해경 단속에 매번 적발됐다. 생업에 바쁘다보니 필기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면 포기해버렸다.

그는 해기사 면허 예상문제 300개를 발췌해 어민들에게 나눠줬다. 1992년 79명이 응시해 63명(80%)이 합격했다.

1996년 10월 마라도 남쪽 바다에서 중국 선원들이 도끼와 칼을 들고 우리 어선(금성호)에 침입했다. 레이더와 어군탐지기, 어획물 등 2600만원 상당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선장의 손가락을 부러뜨려 금반지도 빼앗았다.

제주해경 수사계장이던 그는 중국인 선원 11명 전원을 검거, 해상강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6월 태풍 ‘쁘라삐룬’이 제주로 북상하기 시작했다.

어선 2000여 척은 미리 피항했지만, 서귀포에서 420㎞ 떨어진 동중국해에 나간 제주 어선 60척은 태풍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김 청장은 경비함 2척을 급파해 어선 60척이 잔잔한 중국 닝보(寧波) 해역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동행해줬다.

▲해경, 함정 근무 선호하게 된 까닭은

해경 본연의 임무는 해상 치안과 해난사고 구조에 있다. 우리 어민은 보호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5박6일 동안 거친 바다로 나가야 하는 함정 근무는 쉽지 않다. 그래서 직원들은 고된 함정 근무를 기피했다.

1500t급 경비함 함장을 역임했던 김 청장은 본청 예산팀장을 맡았던 2011년 함정 근무자들이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수가 높아지면서 직원들은 함정 근무를 선호했고, 해상 치안력이 강화됐다.

동중국해 등 먼 바다에서 어선 화재나 침몰로 조난당한 선원들을 구조하려면 헬기를 급파해야 한다. 해경 헬기는 가까운 1번 경비함 착륙에 이어 2번 경비함에 날아가서 2차례 유류를 보급 받아야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다.

김 청장은 대형 헬기를 구입, 서해청과 남해청에 배치하는 데 앞장섰다. 2018년 본청 장비기술국장(경무관) 당시 미국 스콜스키사가 제작한 대형 헬기를 2023년까지 제주해경에 배치될 수 있도록 631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길이 20.9m, 폭 5.3m, 회전날개가 21m인 대형 헬기는 응급환자 12명을 이송할 수 있다. 중간 급유 없이 5시간 동안 최대 1000㎞를 운항할 수 있다.

핵심전략 물자인 해외 수입 원유의 100%는 제주 남방해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연간 5만여 척이 유조선이 오고간다. 김 청장은 22억원의 예산을 확보, 내년까지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방제비축기지를 조성하는 데 나섰다.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시 1시간 내로 제주에서 오일펜스와 흡착제 등 방제물품을 현장에 공급하게 됐다.

김 청장의 노력으로 내년 말 북촌리에 해양종합 훈련시설이 들어선다. 89억원을 투입, 9821㎡ 부지에 실내수영장과 선박 모형 훈련장 등을 갖춘 이곳은 해경 특공대 훈련장으로 사용된다.

▲대통령에 대한 해상 경호 임무 수행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7일 전북 부안 앞바다에 있는 해상풍력단지 조성 현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국판 ‘그린뉴딜 사업’을 선포했다.

당시 격포항에서 행사장까지 뱃길로 10㎞ 떨어져 있어서 서해청 최초로 해상 경호 임무를 맡게 됐다. 김 청장은 주변 해역에서 물샐 틈 없이 완벽한 해상 경호업무를 수행했다. 그린뉴딜 사업에 순풍이 불었다.

김 청장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2007년 인천 송도에 있는 본청에 정보3계장으로 발령 나자, 제주에서 돌하르방 한 쌍을 공수해 본청 입구에 설치했다.

“돌하르방 코를 만지면 득남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기를 끌었다. 많은 직원들이 만지다보니 코는 반들반들해졌다.

김 청장은 “일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해야 한다”며 “함정 근무자 수당 현실화 건의에 대해 지휘부는 ‘육상 근무자와 월급 차이가 너무 크다’고 말렸지만, 기재부에 가서 예산을 확보, 이를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어 “2012년 제주해양경찰청 신설로 국가 경제의 생명선인 제주 남방해역을 부산 남해청이 아닌 제주해경이 책임지게 됐다”며 “4면의 바다를 수호하는 제주해경이 도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의 바다를 개척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청장이 2017년 서해청 안전총괄부장(경무관) 당시 도입한 대형 헬기.
김 청장이 2017년 서해청 안전총괄부장(경무관) 당시 도입한 대형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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