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왕들은 무뢰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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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요즘은 그런 말을 듣기가 어려운데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라는 말을 자주 들을 때가 있었다. 카리스마라는 말은 보통 사람이 지니지 못한 어떤 특별한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는 아무 때나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오래된 고통과 절망으로 신음하던 중에 훌륭한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나타나게 되면 백성들은 열광적으로 환영하며 맞아들였다. 그런 지도자와 함께 백성들은 시대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나타나기 전에 카리스마적인 상황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카리스마적인 상황이나 열기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런 기다림이나 그런 열광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오래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한때 대단한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행사하던 지도자는 그 지도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제도나 권력체계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백성의 뜻을 따라 시대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듯이 보였던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이제는 슬며시 제도적인 권력자로 변신을 추구해가게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이제 그는 백성과 나라를 위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로부터 자신의 권력에 집중하는 어두운 권력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예전보다 더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시대의 어려움을 해결할 듯이 보이던 사람이 이제는 이전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격이나 개성을 가리키는 의미에서 사람을 영어로는 ‘person·퍼슨’이라고 라틴어로는 ‘persona·페르조나’라고 쓴다. 라틴어의 페르조나는 연극에서 배우에게 주어진 배역을 의미하거나 연극배우가 쓰는 가면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배역을 맡아서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 나는 집에서는 남편이라는 배역과 아버지라는 배역을 맡아야 하고 교회에서는 목사라는 배역을 맡아서 살아가는 중이다. 인간은 하나인데 배역은 여러 가지가 되는 그런 점은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 그런데 그 퍼슨이 가면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연극배우가 두 가지 이상의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다른 배역을 연기할 때마다 그에 맞는 가면을 써서 연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의 가면을 페르조나라고 했다. 연극에서는 가면을 쓸 수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인간은 가면을 쓴 존재다.”라고 말하면 그때부터는 바람직하지 못한 의미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모든 인간은 어느만큼은 가면을 쓴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의 추악한 내면을 가면 뒤로 숨기는 데에 뛰어난 존재이다. 지도적인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되도록 가면을 쓰지 말아야 할텐데, 중요한 위치에 있는 높은 사람일수록 변화무쌍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높은 왕들은 모두가 위대한 인간인 줄 알고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 화려한 왕궁에 사는 왕은 용감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그런 왕들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모든 왕들은 무뢰한들이다.” 모든 왕들은 나쁜 인간들이라고 말한 셈인데, “절대 권력자는 결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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