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탐나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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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1983년 캐나다 밴쿠버의 작은 마을인 코목스 밸리는 최악의 경제난에 빠졌다. 공군 기지 이전과 목재산업 침체로 극심한 불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이에 컴퓨터 기사이자 마을 주민이었던 마이클 린턴은 지역화폐 거래관리 시스템인 ‘레츠’를 개발했다. 부족한 국가통화를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정부가 발행한 화폐(달러) 없이 마을주민들끼리 노동과 물품을 교환하게 하고, 거래 내역을 컴퓨터에 기록한 것이다. 공동체 신뢰를 기반으로 녹색달러를 통한 상품·서비스 거래가 이뤄지면서 지역경제도 되살아났다. 현대적 의미의 지역화폐의 시초이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해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대안화폐를 말한다.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고 관리까지 맡는다. 그 형태에 따라 지류형(종이상품권), 모바일형(QR코드 결제 방식), 카드형(선불·충전형) 등으로 나뉜다.

지역화폐는 일명 ‘지역사랑 상품권’, ‘고향사랑 상품권’ 등으로 불린다. 지역자금의 외부 유출을 최소화하고, 지역 내에서 소비와 유통을 촉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는 데 그 목적이 있어서다. 그 과정에서 지역 중소상공인이 보호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선 1998년 ‘미래화폐’가 선을 보이면서 지역화폐가 첫 등장했다. 그 뒤 30여 개 생겨났다가 상당수가 사라졌다. 허나 2006년 무렵부터 다시 본격화돼 최근 발행 러시다. 전국 지자체 243곳 중 230여 곳에서 지역화폐가 유통되고 있다는 거다.

올 상반기 발행 규모만도 6조원에 이른다. 각 지자체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 지원을 지역화폐로 쓴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내년엔 더 늘어 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니 그 인기가 뜨거울 만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마침내 발행 대열에 합류한다. 11월을 목표로 지역화폐 ‘탐나는전’을 도입한다는 거다. 올해 200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3700억원 규모로 발행된다. 명칭엔 모두가 탐내는 지역화폐가 되길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하지만 출발이 산뜻하지 않다. 운영대행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잡음이 터져 나온 데 이어 관련 조례안에 대한 도의회의 심사가 보류돼서다. 조례가 제정도 되기 전에 제주도가 해당 업무를 추진한 탓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속담이 문뜩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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