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도명물]꿀인가 고구마인가...집콕 간식으로 ‘첫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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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보다 일교차 커 당도 높고 식이섬유 풍부
무기질·비타민도 많아...항암에 혈압 낮추는 효과도
여주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0월 15∼18일 예정된 '여주오곡나루축제'를 취소했다. 사진은 2018년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 군고구마 기네스 퍼포먼스. 사진=여주시 제공
여주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5∼18일 예정된 '여주오곡나루축제'를 취소했다. 사진은 2018년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 군고구마 기네스 퍼포먼스. <사진=여주시 제공>

남한강변을 지나 여주시 능서면 세종대왕릉을 가다보면 능 못미쳐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하늘색과 진녹색, 황토색으로 색분할하듯 뚜렷하게 구분된 추상화 한 점을 마주하게 된다. 10만5000여 ㎡의 고구마밭이다. 지난 여름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고구마 농사에 피해가 갈까 걱정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확철이다. 이제 붉은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기쁨에 흠뻑 빠질 때다.

▲여주고구마 수확 ‘절정’

여주시 능서면을 지나다 보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는 진녹색 고구마잎을 걷어내는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된다. 요즘 여주는 땅속의 과일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검붉은 얼굴에 분주히 움직이는 농부의 손끝에는 붉은 고구마들이 한아름 안겨 1년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준다.

여주시 능서면 세종대왕릉 앞산 너머 10만 5천㎡의 넓은 들판에서 노규용 여주시고구마연구회 회장이 수확한 고구마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경인일보 양동민 기자
여주시 능서면 세종대왕릉 앞산 너머 10만 5000㎡의 넓은 들판에서 노규용 여주시고구마연구회 회장이 수확한 고구마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경인일보 양동민 기자>

8월 말부터 시작된 고구마 수확은 10월 중순이면 절정에 이른다. 올해는 지난 여름 긴장마와 태풍으로 일조량이 40여 일밖에 안돼 생산량은 많이 줄었지만 고구마 모양이 갸름하니 주먹만해 소비자가 선호하기 딱 좋은 크기다.

경기도의 고구마 생산량은 4만2720t이며 이중 여주시의 생산량은 2만4208t으로 경기도 생산량의 57%에 달한다. 특히 여주시고구마연구회(회장·노규용) 소속 120여 농가의 생산량은 여주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주시 고구마연구회 소속 40여 농가가 참여한 ‘여주고구마 공동출하’ 사업은 생산물량 1만6700t 중 960t을 ‘여주구마’라는 통합브랜드로 내놓아 유통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생산목표액 40억원보다 훨씬 웃도는 83억6700만원까지 올려 대성공을 거뒀다. 현재 수확철을 맞은 ‘여주고구마’(씻지 않은 흙고구마)의 온라인 판매가격은 3㎏ 2만4000원, 5㎏ 3만원 수준이다.

▲경기도 대표작물로 자리잡은 ‘여주고구마’

여주고구마. 사진=여주고구마혁신클러스트사업단 제공
여주고구마. <사진=여주고구마혁신클러스트사업단 제공>

여주는 예로부터 쌀과 도자기 그리고 땅콩의 주산지였다. 하지만 연작피해와 중국산 땅콩의 유입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재배면적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1980년대 중반 여주 특산물인 땅콩의 대체작물로 심은 것이 고구마다. 당시 전남과 경남지역에 많이 재배됐던 고구마가 연작 피해로 대체지역을 찾던 중, 천혜 토양과 기상조건을 갖춘 여주에서 품질 좋은 고구마를 생산하게 되면서 재배면적이 현재 최고 1700㏊에 달한다.

여주 토양는 배수와 통기가 용이한 마사토와 사질토여서 고구마가 단단하고 크기도 알맞다. 무엇보다 살살 흔들어도 흙이 쉽게 털리는 장점이 있어 장기간 보관에 이점이 있다.

게다가 남부지방보다 일교차가 커 고구마에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당도가 높다보니 ‘꿀고구마’로 불리며 찾는 이가 늘어 전국적으로 고구마 주산지로 이름을 높이게 됐다. 서울과 인접한 편리한 교통 접근성에서 비롯한 저렴한 물류비용도 한몫했다.

상품성 높은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는 천혜조건인 흙과 유통환경 등이 맞아 떨어지며 경기도 대표 농특산물로 자리잡게 된 여주고구마는 이제 전국에서도 그 대표성을 인정받게 됐다. 여주 고구마를 알리기 위한 시도는 2009년 1월 '제1회 여주고구마 축제'가 시작이었으며 2013년 ‘여주쌀축제’와 통합해 ‘제15회 여주오곡나루축제’로 거듭나면서 6차례나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해마다 10월이면 갓 수확한 여주고구마를 맛보기 위해 수천명의 인파가 몰린다. 남한강변 신륵사관광단지 일원에서 펼쳐지는 축제장에는 50m의 대형 군고구마통이 설치돼 수천 명의 인파가 군고구마 기네스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집콕 생활 속 웰빙식품 ‘고구마 주목’

지난 여름 긴 장마와 예상치 못한 날씨 탓에 생산량이 줄고, 수확시기여서 고구마 출하량이 몰려 가격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여주고구마는 요즘 ‘웰빙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등 집콕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간식거리로 첫손 꼽히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식이섬유·무기질·비타민 등이 풍부한 고구마는 항암효과도 뛰어나 대장암과 위암, 폐암 예방은 물론 혈압을 낮춰 주고 심장박동을 알맞게 조절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고구마는 간 해독과 시력보호 등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으며, 필수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 생장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라이신 함량은 옥수수나 쌀보다 높다고 한다.

여주시고구마연구회 노규용 회장은 “중요한 것은 안전한 먹거리와 여주고구마의 효능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는 점”이라며 “흙에서 갓 캐낸 고구마는 밤맛같은 팍팍함이 있고, 숙성을 해두면 점도가 약해지면서 당도도 높아져 꿀맛을 느낄 수 있다”고 여주고구마 맛비결을 팁도 가르쳐 준다.

▲혁신클러스터사업단과 공동출하회 출범

지역 농특산물로서 농가 소득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여주고구마는 다른 지역 통합브랜드의 공세에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여주시는 2015년 여주고구마의 제 2의 도약을 위해 적극 나서 정부의 향토산업 육성사업에 선정, 30억 원을 지원받아 ‘여주고구마혁신클러스트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시는 2020년까지 5년간 클러스트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여주고구마를 1차 생산농가 역량 강화와 2차 가공, 3차 유통판매를 비롯한 체험, 교육, 관광, 서비스 등을 융복합한 6차산업으로 사업을 확대 추진해 왔다. 또한 보관창고와 가공시설을 구축하면서 주력 상품인 ‘고구마 말랭이’와 ‘아이스 군고구마’ 그리고 고구마 맛탕, 고구마 푸딩과 아이스크림, 치즈케이크, 라테 등의 가공상품을 개발해 유통시장의 다각화를 꾀했다. 2019년 8월 클러스트사업단은 생산농가인 여주시고구마연구회와 농협 여주시연합사업단, 그리고 여주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여주고구마 공동출하’ 약정식을 체결하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큰 성과를 이뤘다.

농협 여주시연합사업단 이성남 단장(농협 여주시지부장)은 “공동출하사업의 목표액 40억원보다 2배 초과한 83억6700만원을 달성하는 대성공을 거뒀다”며 “생산농가, 가공업자, 유통판매는 물론 농협 통합마케팅, 여주시 예산 지원, 농업기술센터의 연구개발 등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여주고구마 공동출하’ 사업은 고품질의 여주고구마를 규모화해 판로개척과 통합브랜드 ‘여주구마’의 홍보 마케팅에 주력해, 명품 여주고구마로의 제2도약이 목적이다. 특히 지난주 새롭게 선보인 1.5㎏들이 ‘여주구마’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을 해야하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로 신뢰받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고구마의 크기와 당도 등 품질 표준화와 가공 상품 개발 그리고 해외시장 구축에 역점을 두겠다는 이성남 단장의 말에서 ‘여주구마’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안전한 먹거리로 자리매김해 나갈 길 기대해 본다.

경인일보=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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