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서러움은 바다가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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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별방진난장(上)
특별방위구역으로 고려·조선 때 왜구 침입에 시달리던 곳
의식교육을 받은 해녀들이 주축이 된 항일운동의 시원지

 

대표사진(그림)구좌읍 하도리의 짙푸른 바다가 고요하다. 지난밤을 불면으로 보낸 탓일까, 출렁이는 흰 파도 한 자락조차 찾아 볼 길이 없다. 유창훈 作, 별방진
구좌읍 하도리의 짙푸른 바다가 고요하다. 지난밤을 불면으로 보낸 탓일까, 출렁이는 흰 파도 한 자락조차 찾아 볼 길이 없다. 유창훈 作, 별방진

구좌읍 하도리의 짙푸른 바다가 고요하다. 지난밤을 불면으로 보낸 탓일까, 출렁이는 파도 한 자락조차 찾아 볼 수 없다.

별방진성 위로 오르니 적막만 흐른다. 그도 잠시, 침묵 같은 적막 사이로 가로지르는 것들이 있다. 찌르레기와 가을 풀벌레들의 잠시 멈추었던 돌림노래를 잇느라 서로 바쁘다.

누군가의 눈물인 듯 흘러든, 널따란 바다가 온갖 서러움을 한껏 품어주고 있다. 진성 위로 드나드는 낯선 방문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바다, 저들의 시선조차 빼앗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별방진의 성벽 위를 잠시 거닌다. 이곳에서의 전쟁 같던 시간들이 어딘가로 스며있다면 난장팀의 행사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하도리는 제2의 고향이자 입도 9년차로 첫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이다. 그런 인연으로 청산에 살리라를 성악가 김영곤님이 풀어놓는다.

 

너에게서는 바다 냄새가 난다

내 아버지 어릴 적

서당에서 돌아와

물질 나간 어머니 기다리며

무릎 안고 바라보던

흰 모살코지의 바다

그 바다 저편

작은 섬 가득히 피어

무형의 슬픔을 실 잣던

꽃의 이름을

문주란이라 한다

 

외로울 때마다

바다를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작은 마음의 상처에도

끊임없이 뒤척이는

파도의 습성을 닮았다

 

한여름 내

흰 무명적삼에 밴 소금기처럼

문주란 향기는 풀풀 날리고

 

흰 머리카락 돋아날 무렵의

나는 자꾸만

고향 쪽으로 돌아눕는다

-김순이, ‘문주란전문

 

‘흰 모살코지의 바다/ 그 바다 저편/ 작은 섬 가득히 피어/ 무형의 슬픔을 실 잣던/ 꽃의 이름을 문주란이라 한다’ 김순이 시인의 ‘문주란’을 김정희 시인이 낭송한다.
‘흰 모살코지의 바다/ 그 바다 저편/ 작은 섬 가득히 피어/ 무형의 슬픔을 실 잣던/ 꽃의 이름을 문주란이라 한다’ 김순이 시인의 ‘문주란’을 김정희 시인이 낭송한다.

흰 모살코지의 바다/ 그 바다 저편/ 작은 섬 가득히 피어/ 무형의 슬픔을 실 잣던/ 꽃의 이름을 문주란이라 한다김순이 시인의 문주란을 김정희 시인이 낭송한다.

 

시 ‘문주란’을 쓴 김순이 시인이 이번 바람난장에 함께했다.
시 ‘문주란’을 쓴 김순이 시인이 이번 바람난장에 함께했다.

하도리는 친정 동네로 고향이자, 조상이 나고 자란 본향이다. 이곳은 별도의 방 구역인 특별방위구역으로 고려·조선시대에 일본 해적에게 심하게 시달리던 곳이다. 현대 교육의 요람으로 야학 수업, 나라 잃은 설움 등의 의식 교육을 받은 해녀들이 주축이 된 항일운동의 시원지다. 도내의 해녀 4천 명 중 하도에만 500명이듯, 해안선 역시 가장 긴 마을이다. 특히 하도 해녀들의 반대로 양식장이 없는 유일한 곳이자 해산물이 풍부한 청정지역이다. 여느 지역보다 자부심 강한 하도해녀들이다. 일제 때 상도·하도로 불리어 고쳐져야 할 잔재 중의 하나다.” 김순이 선생님의 별방진성에 관한 설명에 힘이 실린다.

 

별방진, 가끔은 이곳의 가을도 슬픈지 모른다. 그런 까닭에 우람한 진성의 돌담들도 모두 이웃에 기대어 서로 의지한다.
별방진, 가끔은 이곳의 가을도 슬픈지 모른다. 그런 까닭에 우람한 진성의 돌담들도 모두 이웃에 기대어 서로 의지한다.

지금쯤 토끼섬엔 물새들이 지나가다 날아들어 가득할 테다. 온갖 새들의 더없는 정거장이자 쉼터로 한숨 깊게 몰아쉬며 재충전 후 꿈을 찾아 새 길을 내며 나아간다.

 

사회 정민자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음향 고한국

그림 유창훈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

성악 김영곤

국악 전병규 현희순

팬플룻 서란영

글 고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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