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생존수형인 71년 만에 재심개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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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황씨 "이제야 한 풀려"...수형인 8명에 대해 본격 재판 진행
8일 김두황씨가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71년 만에 재심 개시 결정이 내리지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8일 김두황씨가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71년 만에 재심 개시 결정이 내리지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장작으로 맞고 고문을 당한 후 목포형무소에 끌려가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70년 넘게 가슴에 맺힌 한이 오늘 반은 풀린 것 같습니다.”

김두황씨(92)는 71년 만에 재심 개시 결정이 내리지자, 흥분된 목소리로 지난날을 회고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가 고향인 김씨는 경찰 지원조직인 민보단에서 활동했지만 1948년 11월 ‘폭도에게 좁쌀 1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1949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서 10개월 동안 수형생활을 했다.

김씨의 일반재판 판결문에는 남로당 명단에 포함됐다고 했지만, 이는 같은 마을 청년이 고문에 못 이겨 허위 진술을 하면서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8일 김묘생씨(92·여) 등 수형인 8명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이 결정된 수형인 8명 가운데 7명은 군사재판으로, 김두황씨(92) 1명은 일반재판으로 옥고를 치렀다 군사재판 수형인은 김묘생·김영숙(90)·김정추(89)·송순희(95)·장병식(90)씨 등이다.

변연옥씨(향년 91)와 송석진씨(향년 93·일본 도쿄)는 살아 생전 재심 결정을 보지 못하고 지난 3월과 7월 각각 세상을 떠났다.

재심 결정은 이들이 지난해 10월 22일 재심 청구한지 1년만이다.

이들은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간첩죄·적에 대한 구원통신 연락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전주·목포·인천형무소에 수감됐다.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의 공판조서, 판결문이 존재하지 않지만, 수형인명부에는 2530명에 대한 이름과 나이, 직업, 본적지, 항변, 형량까지 적시돼 이를 조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불법 구금이나 가혹 행위와 같은 범죄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재심 사유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부가 발간한 4·3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우익단체 청년들은 무장대와 내통한 것으로 의심되는 도민을 경찰서에 끌고 가 일상적으로 취조하고 고문을 했다”며 “군사재판 수형인 2530명을 주정공장과 농업학교에 구금한 것을 볼 때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에 대해 적법하게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으로 6명의 생존 수형인과 2명의 유족은 고인을 대신해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재심 공판에서는 71년 전 군법회의 절차에 대한 법률 위반 여부를 놓고 본격적인 판단이 이뤄진다.

고(故) 송석진씨의 아들 송창기씨(73)는 “아버지가 수형생활을 하면서 가족들도 연좌제로 인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살아생전에 한을 풀어 들여야 했지만, 오늘 아버지 영전에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제주지법은 지난해 1월 생존 수형인 18명의 재심 청구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결정을 내린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이들에게 총 53억원의 형사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수형기간에 따라 1일 보상금은 최저임금법상 일급(日給) 최저금액(6만6800원)의 5배인 33만4000원을 일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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