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사진가, 해녀를 알리다
세상을 바꾸는 사진가, 해녀를 알리다
  • 고시연 기자
  • 승인 2020.10.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2년부터 해녀문화 주목
세계 곳곳 누비며 사진 봉사
지난 8월 7일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해녀박물관에서 제주 해녀 특별사진전 개막식이 열렸다. 사진은 개막식에 참석한 양종훈 교수
지난 8월 7일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해녀박물관에서 제주 해녀 특별사진전 개막식이 열렸다. 사진은 개막식에 참석한 양종훈 교수

사진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카메라를 들고 세계 곳곳을 기록해온 양종훈 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

그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스와질랜드에서 에이즈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에이즈 근절을 위해 노력했고, 30년 가까이 제주해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제공해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 데 기여했다.

세상에 의미 없는 사진은 없다고 외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어떻게 해녀의 모습을 담게 됐나?

제주시 일도1동에서 태어난 양종훈 교수는 중학교 때까지 제주에서 살았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오하이오 대학에서 포토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학위를, 호주왕립대학교에서 예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양 교수가 고향인 제주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은 1992년부터다. 그 해 교수로 처음 임용되면서 세계 곳곳을 돌며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고향인 제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고향의 사라져가는 모습들을 기록하던 양 교수의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것은 물질을 하던 제주해녀의 모습이었다.

20년 전만해도 제주해녀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적었지만 양 교수에게 숨을 참고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해녀삼촌들과 속 터놓고 이야기하는 사이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해녀들은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물질을 하러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가면서 매순간 이승과 저승을 경험하는 이들에게는 사진이 찍히면 영혼이 나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진 셔터를 누르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해녀삼촌들을 카메라 앞에 앉히는 데는 몇 년이 걸렸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녀들의 모습을 담으러 갔던 양 교수의 집념에 해녀삼촌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지금은 가족같은 사이가 됐다.

해녀에 대한 생각

양종훈 교수
양종훈 교수

양 교수는 제주해녀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려면 해녀에 관해 연구할 수 있는 해녀학과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녀를 학문으로서 연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해녀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 해녀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면 보다 체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제주해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마케팅, 정책에 각별히 신경 쓰고 50, 더 나아가 100년 뒤의 해녀 모습을 그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위험한 환경 속에서 작업하고 있는 해녀들의 안전을 위해 제주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예 해양경찰관이기도 한 그는 폐그물, 각종 쓰레기에 둘러싸인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해녀들의 안전을 위해 바다 환경을 지켜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양 교수의 목소리를 들은 해양경찰청과 지방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주기적으로 폐그물 등을 수거하고 있고, 밤에는 스킨스쿠버들의 불법 어획물 채취를 막으며 해녀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고 있다.

양 교수에게 사진이란

양 교수에게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카메라를 들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세상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양 교수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양 교수는 1990년대 NGO 활동을 했었다. 봉사 활동을 하며 아프리카 대륙의 작은 나라 스와질랜드를 방문하게 됐고, 그 곳에서 에이즈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양 교수는 인구의 75%가 에이즈 환자인 스와질랜드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양 교수가 담은 스와질랜드 사람들의 모습은 200여 개 국가로 전파됐고, 스와질랜드에 대한 지원을 끊고 포기하려던 유엔은 사진집을 계기로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양 교수는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사진을 통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기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현장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 2009년부터는 시작장애인과 함께하는 사진전인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을 통해 사진집과 달력을 만들며 장애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의 사진은 이렇듯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작업 무대로서 다루고 싶은 고향 제주의 모습은

양 교수의 다음 목표는 제주4·3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너무나 아프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제주4·3은 우리가 기억하고 알려야할 제주의 역사다.

제주 출신인 양 교수에게도 4·3은 어려운 주제다.

30년 가까이 해녀 사진을 다루고, 연구했던 것처럼 4·3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 교수는 4·3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현장을 답사하며 차근차근 4·3을 조명하기 위한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양 교수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꼭 사진학과를 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교수로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사진 전공 입시 과정에서 실기 시험을 보고 입학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사진을 하려면 기술적인 부분들이 필요했지만 요즘은 모두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기술력이 크게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다.

오히려 양 교수는 타 전공으로 학문을 배우고 훗날 사진가가 되는 것이 특정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의 수준을 높이려면 사진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사진 안에 스토리를 담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향후 계획은?

올해 수 년 간의 기록을 모은 제주해녀사진집을 발간했던 양 교수. 지금부터는 또 다른 양종훈의 제주해녀의 2편이 시작된다.

양 교수를 가족처럼 대하는 우도해녀들은 지난달 사진 갤러리를 운영해달라며 비어 있던 초가집을 내줬다. 처음에는 사진 찍는 것도 거절했던 우도의 해녀들은 양 교수에게 전시 공간을 마련해 줄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됐다.

이곳에서는 해녀의 문화를 알리는 각종 전시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양 교수는 유럽 등 세계 곳곳을 돌며 해녀 전시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록물을 가지고 해녀문화가 낯선 이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적극적인 해녀문화 홍보 활동을 펼치겠다는 목표다.

, 해녀와 더불어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은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제주를 방문하며 제주 곳곳을 담고 있지만 교수 임기가 끝나면 제주에서 생활하며 본격적으로 제주를 담고 싶다고도 했다.

양 교수는 카메라를 구하기 힘들었을 때부터 수십 년간 사진을 찍었오고 있지만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지금이 정말 좋고 행복하다사진 문화가 더 확산돼 사진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