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 지역사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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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우, 제주대학교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논설위원

얼마 전 서울북부지법은 자신이 돌보는 환자 A씨가 요양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환자와 혼인신고를 한 간병인 B씨의 위장결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A씨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간병인이 그만둘 경우 요양병원으로 보내질 처지에서 혼인신고를 하였고 이후 5일 만에 A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혼인에 대한 법적 해석을 했지만 중요한 것은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 했다는 소망이 아닐까 싶다. 대게 나이가 들고 질병이나 장애로 인하여 살고 있던 집이나 고향을 떠나야 된다면 어떤 심정일까?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노인의 절반이 넘는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나타났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가족의 돌봄 부담과 부족한 재가서비스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특히 코로나19는 언택트(비대면, untact)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우리 사회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무엇보다 사회 구조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삶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가 8월까지 자체 조사한 고독사 사망자가 118구로 작년대비 1.7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사회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하였다고 보고 있다.

A씨가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 했던 마음과 언택트 사회로 인한 사회안전망의 약화는 기존의 돌봄 체계에 대한 변화를 절실히 요구한다. 이에 대한 정책으로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거주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 사업이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장애인분야와 노인분야에 각각 추진되고 있다. 지난 8월 제주시 선도사업 모니터링 연구의 중간보고에서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10개 사업 모두 평균 4점 이상(5점 만점)의 높은 이용자 만족도를 보고하였다. 사업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안정적 안착을 위한 노력도 중요해졌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돌봄체계의 변화는 지역에 내재되어 있는 민과 관의 역량을 신뢰하고 주민들이 주체로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역공동체의식을 강화하여 지역사회 특성과 환경에 맞는 자연스러운 돌봄체계를 형성해 가는 민-민-관의 협력체계를 의미한다.

그 바탕은 지역의 환경과 고유한 생활문화양식에 기반해야 한다.

제주는 독특한 분가제도에 의한 안거리밖거리 주거문화와 궨당(괸당)문화, 평등성에 근거한 강인한 여성문화, 공동체적 상부상조의 수눌음과 경조사문화 등 다른 지역과는 달리 고유한 생활문화를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어왔다. 제삿날 옆집에 반을 돌리고, 정낭을 통해 이웃의 안위를 살피며, 마을주민 모두가 서로 상부상조하는 제주의 공동체정신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시대 흐름에 따라 생활문화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 정신만큼은 여전히 마을 동네 이웃과 함께하고 있다. 더욱 심각해지는 고령화와 코로나19로 변화된 언택트 사회 속 효과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마을공동체로서 지역사회의 생활문화를 조화롭게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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