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방진성 돌 하나하나에 추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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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별방진난장(下)
한때 지리적 여건에 뜨거움으로 지켜내던 곳
야생의 초록빛 식물들이 한 몸처럼 스며있어
별방진성 위로 난장팀이 모여들었지만 토끼섬은 볼 수가 없는 위치다. 마음으로나마 두어 차례 다녀온 문주란섬을 새삼스레 소환한다.
별방진성 위로 난장팀이 모여들었지만 토끼섬은 볼 수가 없는 위치다. 마음으로나마 두어 차례 다녀온 문주란섬을 새삼스레 소환한다.

문주란꽃은 독특한 꽃향기만큼이나 자신을 귀히 여기는 족속이다. 튼실한 꽃대 위로 안착한 적지 않은 꽃봉오리, 기꺼이 비좁은 얇은 막 안에서 무리지어 차례를 기다릴 줄 안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폭죽처럼 훅 터트려놓는 법이란 좀체 없다. 시간과 여백의 행간을 음미하듯, 순백의 몸짓으로 가장자리로부터 별 한 송이 틔워내듯 온갖 정성으로 피워 올린다.

김정희와 시놀이의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시낭송가들이 윤행순의 ‘토끼섬’을 릴레이 낭송한다.
김정희와 시놀이의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시낭송가들이 윤행순의 ‘토끼섬’을 릴레이 낭송한다.

오랜만에 바람 따라 물 따라 나섰는데

구좌읍 하도리 1번지 토끼섬이 보이네

이제껏 어디 숨었다 폴짝 뛰어 나왔니

낚싯대 하얀 뱃길 저 섬 끌고 갔는지

신병 들린 무당처럼 내 가슴도 끌고 간다

못다 쓴 습작시 한 줄 어디에다 놓고 갈까

가을바다 떠도는 내 길은 어디쯤일까

썰물도 문주란도 편지처럼 접어놓고

길 하나 물에 잠기며 섬이 되는 사람아

-윤행순 토끼섬전문

썰물도 문주란도 편지처럼 접어놓고/ 길 하나 물에 잠기며 섬이 되는 사람아김정희와 시놀이의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시낭송가들이 윤행순의 토끼섬을 릴레이 낭송한다.

별방진성 위로 난장팀이 모여들었지만 토끼섬은 볼 수가 없는 위치다. 마음으로나마 두어 차례 다녀온 문주란섬을 새삼스레 소환한다.

문주란꽃은 산고의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밤톨만한 뿔 달린 녹색 열매에서 종국에는 옅은 베이지 빛에 정신 무장까지 곤고히 하는 과정조차 지혜롭다. 어디에서도 잘 자라 7월과 9월 사이에 꽃 피워 소통하려 애쓴다.

이곳 별방진성의 돌들 하나하나가 수억 년이 된 것 같다는 서란영 님의 팬플룻 연주다.
이곳 별방진성의 돌들 하나하나가 수억 년이 된 것 같다는 서란영 님의 팬플룻 연주다.

이곳 별방진성의 돌들 하나하나가 수억 년이 된 것 같다는 서란영 님의 팬플룻 연주다. ‘천년바위‘Saddle The Wind' 연주가 이어진다. 주변으로 늦잠 자던 성역 허문 밭담들까지 깨운다.

누구도 예상 못할 갈래꽃을 피우는 문주란이다. 꽃술도 진보랏빛의 그라데이션으로 요염하다. 흐트러질 줄 모르는 흰 갈래꽃은 막 장전한 활시위처럼 긴장감이 감돈다. 어느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저들만의 궤적일 테다.

‘다악-추사를 만나다’라는 행사를 위해 자작곡을 만든 전병규님의 소금 연주에 현희순님의 반주다. 꽃별 해금연주가의 곡인 ‘기찻길 옆 작은 꽃들’도 감상한다.
‘다악-추사를 만나다’라는 행사를 위해 자작곡을 만든 전병규님의 소금 연주에 현희순님의 반주다. 꽃별 해금연주가의 곡인 ‘기찻길 옆 작은 꽃들’도 감상한다.

다악-추사를 만나다라는 행사를 위해 자작곡을 만든 전병규님의 소금 연주에 현희순님의 반주다. 꽃별 해금연주가의 곡인 기찻길 옆 작은 꽃들도 감상한다.

별방진, 한때 지리적 여건에 뜨거움으로 지켜내던 곳이 아닌가. 우람한 진성의 어엿한 돌담들도 모두 이웃에 기대어 의지하고 지낸다. 어느덧 세월이 덧입혀져 진성으로 깃든, 야생의 초록빛 식물들과 줄기 식물까지 한 몸처럼 스며있다.

어느 시인의 아버지가 어린 시절, 흰모살코지에서 문주란섬을 바라보았듯 오늘밤엔 초사흘달이 눈썹처럼 걸리면 옛 추억을 소환해야지.

익어가는 모든 것들은 겸손을 아는 까닭이다. 밤이면 토끼섬의 문주란꽃들도 밤하늘의 별들을 초대할 테다. 그 섬의 문주란꽃들은 지상에 피운 별이라 부르리.

 

 

다음 바람난장은 1017일 산지천 페스타인제주에서 오전 10시에 진행됩니다.

 

사회 정민자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음향 고한국

그림 유창훈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

성악 김영곤

국악 전병규 현희순

팬플룻 서란영

글 고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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