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老兵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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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길 수필가

오름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본다. 어쩐지 요즈음 나는 애절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붉게 타는 저 노을이 내 마음을 대신해주는 것 같다.

나는 해병대 출신이다. 그래서 미 해병대에서 유래된 한 번의 해병은 영원한 해병’once a marine always a marine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1966년 해간 35기로 입대하여 정규과정을 이수한 후 해병 소위로 임관했다. 훈련의 강도는 심신을 극한상황까지, 해병혼海兵魂을 뼛속까지 스며들게 하는 소위 지옥훈련이었다. 정신적으로는 국가에 충성하고 나라에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된 장교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월남전에도 참가했다. 파병명령을 받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자, 아버지는 국가의 부름을 받았으니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하마.”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막내인 내 손을 붙잡고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기만 했다.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전쟁터로 떠나는 아들을 보며 어느 부모인들 마음이 타지 않겠는가. 부모님의 이런 모습은 오직 신앙의 힘이었으리라.

나에게는 존경하는 두 장군이 있는데 맥아더와 백선엽이다. 6.25전쟁 때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으로, 백 장군은 대구 북방 다부동전투에서의 승리로, 조국을 지켜낸 구국의 영웅이다. 이 두 장군이 없었다면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은 존재할까.

200710월 임진각에서 제주까지 이기풍 목사 제주 선교 100주년 기념 도보 순례 중, 인천 맥아더 동상 앞에 서서 머리를 숙였다. 돌아서니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1년 전에 이곳에서 일부 세력이 동상을 철거하려 하자 반대자들과 대치하면서 큰 충돌이 있었다. 당시 TV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맥아더 장군은 비록 동상으로 서 있지만 이를 내려다보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하니 씁쓸했다.

100세의 노장老將, 백선엽 장군이 지난 710일 세상을 떠났다. 한 세기를 살다간 구국의 영웅이다. 그런데 구국 영웅의 빈소치고는 한산하고 쓸쓸해 보였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전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정부도 별로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았다. 나라를 구하고 일생을 국가에 헌신한 노장의 죽음에 이래도 되는 것일까. 일제日帝의 괴뢰국인 만주국 군대에서 복무했다는 것을 가지고 친일로 모는데 과오가 없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국군 통수권자가 모두 껴안아, 꽃 한 송이를 들고 그의 영혼을 위로했다면, 병사들에게는 엄청난 사기진작이 될 것이고, 또한 나라를 하나로 묶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쉬움이 크다.

6.25전쟁 당시, 다부동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백 장군은 후퇴하는 병사를 붙잡아 앉힌 후 우리에게는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다. 여기서 격파되면 나라가 망하고 우리에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선두에 서겠다. 내가 물러서면 너희가 나를 쏴라!”라고 명령을 내렸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내가 물러서면 너희가 나를 쏴라!’ 하는 백 장군의 명령이 들리는 듯하다. 살아있는 자는, 말이 없는 죽은 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맥아더는 고별연설에서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they just fade away.라고 말했는데, 나도 이제 팔순을 바라보고 있으니 사라져 가리라. 그러나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이 노병의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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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2020-10-15 22:46:26
조은글 감사합니다

무명초 2020-10-16 11:27:31
6.25 공로 인정한다.
그러나 35년간 일제의 노예로 살다간 조상님들을 생각하면 그를 기릴 수만도 없다.
만주 간도특설대. 독립군들을 때려잡던 일본의 앞잡이들이다.
거기서 백선엽은 민족과 나라를 배신 했다.
반민특위에의해 처단 됐어야 할 친일매국로가 친일파들을 드묭시킨 이승만에 의해 계급이 주어졌고 임무가 주어졌다.
어쩔 수 없이 그 누구나 했을 임무를 완수한 것이 불과하다.
그리고 기실 낙동강전투는 미군 사단들에 의해 방어됐다는 것은 전사에 나온 얘기다.
박정희태 몇천억씩 치부하다 백인엽 구속되고 백선엽은 박정희를 공산당가입을 무마시켜준 덕분에 사면을 받았다.
백선엽은 도덕적으로도 국민을 배신했다.
공보다 과를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