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가뭄이 발생, 파종된 농작물들이 물 부족으로 바짝 말라가면서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19일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지역 4000여 평 규모의 밭에서 양배추, 비트, 쪽파 등을 재배하는 양두찬씨(69)는 물이 부족해 말라가는 밭을 바라볼 때마다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양배추와 비트 밭은 한창 자라나야 할 시기에 물이 부족해 작물들이 절반 가까이 말라 죽으면서 밭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쪽파 역시 어렵게 물이 공급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노랗게 말라 작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양씨는 “하루에 두 번식 옹포천에서 물을 받아 밭에 공급하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며 “이런 날씨가 계속 지속된다면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치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양씨는 “물 공급을 위해 하루 종일 양수기와 경운기를 가동하다 보니 기름 사용량이 엄청나다”며 “공급받은 농업용 면세유는 이미 다 사용해 어쩔 수 없이 과세유를 사용하고 있어 기름값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대정읍과 안덕면 등 서귀포시 서부지역도 가뭄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아직은 피해를 입은 농작물이 없지만 이번 주에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뭄에 의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농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양씨는 “행정에서는 아직 초기가뭄 상태라며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장조사를 통해 피해를 입은 농가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하루라도 빨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은 제주시 오라2동을 비롯해 애월읍 신엄리와 상귀리, 한림읍 상대리, 한경면 두모리, 서귀포시 강정동, 중문동, 상예동, 표선면 세화리 등 11개 지역의 가뭄판단지수가 131~650kPa를 기록하는 초기가뭄 현상을 확인했다.
이에 제주도는 가뭄대비 종합상황체계를 구축, 월동채소 재배 농경지에 주기적인 관수 작업을 실시하고, 관수시설이 없는 취약지역에는 급수차량을 지원한다.
또 가뭄이 장기화 될 경우에는 소방차량과 액비운반차량 등 물 공급에 필요한 차량과 급수시설 등을 총 동원해 가뭄 대처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