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돌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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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퇴근길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곱다!’라는 생각 외에는 다른 것이 들어갈 틈 없이 흠뻑 빠졌다. 어찌 저리도 고울 수 있을까! 보드라운 바람결에 감사하고, 맑은 하늘에 흥얼거림이 절로 나왔다. 코스모스 군락을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은 아침 출근길에도 있었을 텐데…. 어제도 그제도, 아니 일주일 전부터 조금씩은 개화하고 있었을 텐데, 왜 지금에서야 본 걸까?

열흘째 남편에게 말을 안 하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미웠다. 토요일에는 남편이 작심한 듯 말을 걸어왔다. 왜냐고 묻는데 나도 답을 몰랐다. 문제는 내가 심통이 난 것이니 실마리도 내 마음이 사나워진 까닭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단서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있었다. 사회복지시설 관리자로서 행여나 하는 심적 중압감에 스스로 짓눌려 예민해지는 것을 지나 맹견처럼 사나워진 것이다. 남편에게 사과하고 나니 코스모스가 보였다.

마트에서 직원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고객이 거부하며 난동을 부린 기사를 봤다. 목에 마스크가 걸려 있었음에도 올려 쓸 손이 없다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물건을 던졌다 한다. 마스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나도 지난주 마트에서 마스크를 턱 밑에 내린 어르신 두 분을 봤다. 심란했다. 그분들과 나의 거리가 2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음에도 속이 시끄럽고, 단속하지 않는 직원이 야속했다. 내 마음에 여유는 없었다. 우리는 이제 마음이 사나워지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예민해진 마음이 시간의 누적으로 피로해져 이웃과 자신에게 사나워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본래의 따뜻한 마음으로 추슬러야 한다.

방역을 위해 마스크 착용은 합의된 원칙이다. 다만, 원칙을 지키는 마음에도 따스함이 있기를 소망한다. 청년 둘이서 마스크를 코 위까지 완벽하게 착용하지 않았다고 어르신을 쳐다보며 불평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이니 어르신을 위해서도 제대로 착용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마음이 서글펐던 까닭은 그의 눈빛에서 따스함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청년과 같은 마음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달리기해 볼 것을 권한다. 숨쉬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심폐기능이 약한 경우 마스크 착용하고 걷기가 우리보다 힘들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이고! 할아버지 마스크 끼고 장보기 힘드신가 보다! 그래도 잘 끼셔야 하는데, 어르신은 코로나19에 더 취약하신데”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다면, 보는 이의 마음도 편했을 텐데.

이는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호흡이 가쁘고, 마스크 관리가 잘 안 되고, 어느 상황에서는 껴야 하고 언제는 벗어도 되는지 구분도 어렵고. 장애인들의 마스크 착용은 비장애인인 우리의 수고보다 훨씬 크다. 그들의 애씀에 박수를.

코로나19의 재확산이라는 뉴스를 매일 접하며, 기약 없이 백신과 치료제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은 이웃이 건강해야 나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때이다. 그러니 서로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겨울 채비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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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경 2020-10-23 16:34:08
살면서 미움을 애매한 곳에 돌리긴 하죠. 마음이 따스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