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도입 제주에서 멈췄지만 불씨는 남아
영리병원 도입 제주에서 멈췄지만 불씨는 남아
  • 좌동철 기자
  • 승인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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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그룹, 재판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자-국가 소송(ISD) 제소 내비쳐.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재판부가 1심에서 개설 허가 취소는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영리병원 도입이 거론된 것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서 부유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했다. 이후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찬성 의견과 공공의료체계를 허물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충돌, 18년간 논란이 이어져왔다.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했지만,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작 병원을 세우겠다는 투자자는 나오지 않았다.

꺼져가던 불씨는 2006년 제주에서 재점화했다.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법’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인의 종류와 요건, 개설에 필요한 사항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사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로 확정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녹지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이듬해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개설 허가는 안 된다는 비율이 58.9%로, 허가 의견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나 결국 개설 불허 방향으로 도의 방침이 정해졌다.

그러나 2018년 12월 제주도는 불허를 하면 제주에 미칠 대내외적인 파장을 우려, 외국인 전용 진료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을 승인했다.

재판부가 1심에서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녹지측은 병원 건립 공사비 778억원, 인건비·관리비 76억원 등 85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재판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녹지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제주도의 허가 취소는 한·중 FTA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국제기구를 통해 중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 달러(약 57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제주도와 국내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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