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는 '적법'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는 '적법'
  • 좌동철 기자
  • 승인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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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소송 기각 녹지 측 패소 판결...조건부 허가 조건 소송은 선고 연기
개설 허가 취소에 이르게 한 의료법(64조) 위반 사유 발생...도지사 재량권 일탈.남용 보기 어려워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설치된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설치된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특별자치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영리병원은 자본을 투자받아 의료사업을 영위하고, 발생한 수익은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등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병원이다.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20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하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단, 외국인만 진료하도록 한 조건부 허가 조건은 부당하다며 녹지 측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선고를 연기했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 5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공공의료 체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국내 정서를 고려한 조치다.

녹지 측은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에도 의료법 상 3개월(90일) 내인 지난해 4월 17일까지 병원 문을 열지 않자, 제주도는 청문 절차를 거쳐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의료법은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은 개원 허가 취소 1년 만에 시작됐고, 6개월 동안 치열한 법정 다툼이 진행됐다.

제주도는 녹지병원 개설 허가는 일반적인 의료기관 허가와는 달리 ‘제주특별법’에 따른 특허적 성격의 재량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제주특별법과 제주도 보건의료특례로 제주도지사가 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규정(부관)에 따라 내국인 진료 불가를 조건으로 한 병원 개설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녹지 측은 조건부 개설 허가 자체가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를 내·외국인으로 구별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료법(15조)에 위반된다고 맞섰다. 아울러 내국인 환자를 받지 않으면 경제성이 떨어져 병원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녹지 측은 또 개설 허가 취소 대신 업무정지 등 다른 제재 조치를 할 여지가 있음에 따라 도지사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개설 허가에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개설 허가 취소에 이르게 한 의료법(64조) 위반 사유가 발생했고,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면 경제성이 없어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주장과 내국인 진료 거부에 따른 형사처벌의 위험이 있다는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개설 허가가 늦어지면서 인력이 이탈한 사정이 있더라도, 원고가 병원 개원 준비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고, 도지사가 업무 정지가 아닌 허가 취소 처분을 한 것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외국인 환자만 받도록 한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고 낸 소송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 이 사건은 ‘취소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서 소송의 대상이 이미 소멸한 경우에 해당돼 부적법한 소(訴)가 되므로,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고 ‘소 각하’의 판결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녹지그룹은 2017년 8월 778억원을 투자해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 내 지상 3층·지하 1층 건축 연면적(1만8223㎡)에 47개 병상과 4개 진료과목을 갖춘 병원 건물을 신축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원희룡 도지사 “제주도는 국내 의료체계에 주는 영향을 막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며 “만일 신청을 단순히 불허했으면 1000억원대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제주도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했기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조건부 허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녹지 측이 기한 내에 병원 개설을 못하는 등 귀책사유를 물어 법령에 따라 허가 자체를 정당하게 취소함으로써 제주도는 공공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과 손해배상 책임 두 가지 모두를 최소화 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본안 사안과는 별도로 후행 소송인 허가취소 취소 소송에 대한 판단이 우선되지 않으면 선행 조건부 허가 취소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지는 법률적 문제를 지적, 이번 판결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소의 이익이란 청구의 내용이 본안 판결을 받기 적합할 정도로 법률상 이익 또는 필요성과 공익적 차원에서 소의 이익이 없는 소송은 각하된다.

녹지국제병원 전경.
녹지국제병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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