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년 세월이 만들어낸 신비한 ‘얼음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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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칠레 모레노 빙하
길이 30㎞·높이 60m 달해
다양한 색상·절경 시선 유혹
설산 등반과 다른 매력 있어
온난화 영향에 조금씩 소멸
칠레 로스 클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지역.
칠레 로스 클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지역.

지구 표면은 조금씩 움직이는 10여 개의 판으로 쪼개져 있다. 판이 맞물린 경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집약된다.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이나 북아메리카 판과 만나는 일본 동부 해안과 미국 서부 해안에 지진이 많은 이유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솟아나 생겼다. 남미대륙의 등뼈인 안데스 산맥도 마찬가지다. 수천만 년 전 남태평양 해양판과 남아메리카 판이 부딪히면서 충돌 경계면이 융기해 생겨났다. ‘불의 고리라 일컫는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하면서 충돌과 융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남미 대륙의 북단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하여 남단인 칠레의 마젤란 해협까지 뻗어 내려온 안데스 산맥은 높이로는 히말라야 다음이고 길이로는 세계 최장이다.

안데스가 남미대륙에 끼친 지질과 지형의 변화는 엄청나다대륙 남단 파타고니아 일대의 거대 빙하 군도 안데스에서 비롯됐다.

남태평양의 습한 공기가 안데스 산맥을 넘으며 많은 비를 내리게 한다. 이 비는 눈으로도 변한다. 눈이 녹을 만하면 그 위에 다시 비와 눈이 내리며 쌓이고 쌓였다.

이런 현상이 수만 년 이어지며 극지방 다음으로 거대한 빙하 군이 형성된 것이다.

남극과 가까운 아르헨티나 쪽 파타고니아 일대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이름 자체가 빙하(Los Glaciares) 국립공원이다.

안데스 만년설이 녹아내린 2개의 빙하 호수와 47개 빙하들이 공원을 구성한다.

그들 중에서 주인공은 단연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 제주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이 공원 이름은 낯설어도 모레노 빙하가 생소한 이들은 드물 것이다.

길이 30에 폭 5, 높이 60m인 이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보려고 해마다 수많은 세계인들이 아르헨티나 남단 산타크루스 주로 몰려든다.    

모레노 빙하를 만나는 방법은 전망대 투어, 보트 투어, 빙하 트레킹, 이렇게 3가지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다양한 위치의 발코니에서 빙하를 감상하는 전망대 투어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라 혼자서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보트 투어와 빙하 트레킹은 현지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투어가 효율적이다.

칠레 로스 클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지역에서 보투 투어 선상에서 바라보는 아르헨티노 호수 정경.
칠레 로스 클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지역에서 보트 투어 선상에서 바라보는 아르헨티노 호수 정경.

전망대 투어  

공원 내 마젤란 반도 맞은편에 위치한 모레노 빙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반도를 향해 밀려와 부딪히면서 아르헨티노 호수(Lago Argentino)가 남북으로 나뉘었다.

전망대 투어는 마젤란 반도를 걸으며 빙하가 호수를 막아 놓은 정경을 감상하는 여정이다.

여러 갈래의 탐방로들이 중앙(Primer) 발코니, 2(Segundo) 발코니, 저지대(Inferior) 발코니, 북쪽(Norte) 발코니 등을 연결하고 있다. 이들 전망대마다 다른 각도에서 빙하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탐방로는 모두 5개로 옐로우(중앙), 블루(해안), 그린(숲길), 레드(저지대), 화이트(휠체어) 코스로 구분한다. 각 코스는 1내외로 모두 합친 거리는 총 4. 전망대에 머무는 시간을 빼면 트레킹만으로 편도 1시간 거리다.

전망대 투어의 필수는 옐로우 코스를 통해 중앙 발코니를 다녀오는 것이다.

보트 투어  

마젤란 반도의 북쪽 해안에서 보트를 타고 아르헨티노 호수를 따라 빙하에 최대한 다가가는 투어다. 전망대 투어에선 빙하의 전체 모습들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다면, 1시간 소요되는 보트 투어는 70m 높이의 빙하 규모를 바로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빙하 절벽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색상들이 섬세하게 차이가 나 보이는 것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빙하 절벽 일부가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을 내며 부서져 내리는 장관을 만날 수도 있다.

모레노 빙하 트레킹 정경. 1시간 20분 만에 끝나는 미니 트레킹이지만 일반 설산 등반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와 만난다. 
모레노 빙하 트레킹 정경. 1시간 20분 만에 끝나는 미니 트레킹이지만 일반 설산 등반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와 만난다. 

빙하 트레킹

마젤란 반도 선착장에서 아담한 크루즈선에 오르면 20분 후 호수 맞은편 모레노 빙하 인근에 내린다.

가까워진 빙하 절경에 환호하며 보트 투어의 기분을 한껏 만끽한 뒤다. 가이드의 빙하 해설이 있고, 빙벽용 아이젠을 착용한 후 패키지팀이 함께 빙하 트레킹에 나선다.

1시간 20분 만에 끝나는 미니 트레킹이지만 일반 설산 등반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와 만난다사진으로만 봐왔던 크고 작은 크레바스들이 도처에 똬리를 틀고 있다.

영롱한 에메랄드 비취 빛을 발하며 유혹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순식간에 삼켜질 듯 두려움도 크다. 남극이나 그린란드까지 가지 않고도 간편한 방법으로 거대 빙하 위를 트레킹 할 수 있다는 점이 모레노 빙하의 매력이다.      

짧은 트레킹이 마무리되는 지점에선 위스키 온 더 락과 초콜릿 한 조각이 기다린다. 독한 위스키를 순화시켜주는 글라스 속 얼음 조각이 수천 년 생명을 이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혀의 촉감이 더 새로워진다.

짧은 미니 트레킹으론 아쉽다면 4시간짜리 빅 아이스 트레킹 프로그램도 있다.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50세 미만으로 연령을 제한한다.

모레노 빙하는 아르헨티노 호수를 향하여 수천 년 세월 동안 미세하게 이동해왔다.

현재도 매년 100m씩 전진 중이다. 호수를 점령해 들어가는 만큼 또한 매일 조금씩 소멸해간다. 하루에도 여러 번 굉음을 내며 빙하 절벽이 무너져 내리고, 유빙으로 호수를 떠돌다가 결국은 호수 물에 녹아들며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소멸해가는 만큼 빙하는 계속 더 생성되고 있다. 애초에 이 빙하를 탄생시킨 기원인 안데스 산맥이 자연 그대로 불변인 채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구 대기는 예전과 달리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앞으로의 빙하 운명도 예전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빙하의 생성보다 소멸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레노 빙하의 수명은 앞으로 반세기라는 전망이 많다. 매일 조금씩 노화되다가 50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 운명인 것이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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