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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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 시인

여고 시절 은사님이 작품전을 하신다. 40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3년 전부터 준비한 작품을 모아 제7회 김순관 개인전을 하신다. (10월 13일~11월 6일, 예술공간 이아)

코로나19 탓에 오프닝행사, 작가와의 대화 모두 취소되고 한 달이나 늦게 개최되었다.

내가 여고 1학년 때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첫 부임을 하셨다. 키가 훤칠하고 온화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셨다.

선생님의 젊은 날 작품은 원색과 어두운색이 대비된 오름과 무덤이 주를 이룬 거친 질감의 비구상화였다. 제주도의 역사와 질곡을 표현한 것이리라 막연히 생각했다.

중년기의 그림은 꽃을 주로 그리셨던 것 같다. 검은 테두리에 둘러싸인 목련, 수선화, 동백은 화산섬의 배경과 어우러져 애잔하고 강인했다. 한 송이 한 송이 제주의 아픔과 고난이 피어나고 아우성치는 듯했다.

13년의 공백 뒤에 다시 여는 개인전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선생님껜 사람의 얼굴이 남는다고 하셨다.

그 모든 시간이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라 하셨다. 가족, 친구, 불특정 다수의 군상을 꽃과 함께 그린 작품엔 부드러움과 묵직함이 감돈다. 힘들지만 꽃을 피워내며 함께 나아가자는 응원가 같다.

선생님은 아직도 청년이시다. 제2의 창작시대를 활발히 펼쳐나가실 것이다.

선생님의 작품이 더욱 깊은 삶과 사회의 이면을 담아내시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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