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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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또는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의 영단어다. 미국 시카고대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이 공저한 ‘넛지’란 책을 통해 알려졌다. 이들은 해당 책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경제적 용어로 넛지를 새롭게 정의했다.

즉 금지와 명령이 아닌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이 넛지라는 게다. 이후 넛지는 작은 변화를 줘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유도하는 이론으로 널리 쓰이게 됐다.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것을 은연 중에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는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부드러운 개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화장실 소변기엔 파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런데 소변을 보는 남성들이 파리 스티커에 정조준을 하면서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이 80% 이상 줄었다.

미국에선 세금체납자의 고지서에 처벌 관련 문구를 새겨넣는 대신 ‘시민의 90%가 이미 세금을 납부했다’는 문구를 넣었더니 납세율이 월등히 높아졌다는 통계도 있다. 냉장고 문에 오목거울을 붙여놓고 실제보다 뚱뚱하게 보이게 해 음식을 꺼내는 행동을 자제하게 하는 것도 넛지의 사례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적 불안감 수준의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이런 가운데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기준으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59명에 이른다. 백신에 대한 공포증을 호소하는 ‘독감백신 포비아(Phobia)’가 확산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목숨을 담보로 접종을 할 수는 없다”며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한데 질병관리청은 사망과 백신 접종 간의 인과성이 매우 낮다며 일정대로 예방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에 이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27일 독감 백신 예방 접종을 받았다.

▲요즈음 독감 백신을 맞느냐 마느냐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허나 백신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러하다. 그야말로 선택의 기로다.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정부의 넛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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