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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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이제야 알았다.

어머님이 왜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아가가했는지를.

그렇게 무심하게 불효자는 세월만 보내고, 어머님 돌아가셔서 4주기 기일 날 초헌관으로 잔을 올리고 배례한 후 일어서면서 나도 몰래 아가가소리를 내고 만 것이다 .나의 불효를

이렇게 꾸짖어 가르치시는구나 하고 후회했을 땐 이미 늦었다. 힐끗 집사하는 아들 얼굴을 봤다. 큰 관심 없는 것 같았다. 아들은 늘 건강한 아빠가 순간 허리가 삐끗한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너도 내 나이 돼 봐라이렇게 생각하며 삭였다.

영면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 돈 벌어 모으는 것만 알았지, 마음 편히 그 귀한 돈 한 번 써 보지도 못하고 눈 감으셨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왜 일어설 때마다/‘아가가하는 걸까/ 어머님 4주기 기일/영정 앞에 재배하고/ 저절로/터져 나온 소리/아가가 !/이거였구나.//

이렇게 짧게 쓰고 나니 더 짙게 밀려오는 후회가 크다.

비단 나의 어머니만이 아니다. 척박한 땅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다 그랬다. 내 젊은 시절 어머니는 나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남자는 자기 나이만큼 돈을 넣고 다녀야 한다.’라고 말하며 숨겨놓았던 만 원권 지폐 서너 장을 쥐어주시곤 했다. 당시는 카드가 없었을 때니까 내 나이 서른이면 지갑에 30만원은 넣고 다녀야 기죽지 않고 사내구실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남자는 나이만큼 지갑이 두둑해야지/머리맡에 숨겨놓았던 /오만 원 쥐어주시던/온종일/비만 내린다/흠뻑 젖은

어머님 기일// 덜렁 카드 한 장 얇아진 지갑 속에/선 보리밥 같은 마음/대신 넣고 다닌다/씹어야/단물 가득 고이는/

그 말 한 마디/'아련하다‘’

네 번째 시집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를 엮으며 어머니에 대한 시들을 모아 실으니 그간의 불효를 조금은 씻은 것 같다.

늦가을의 시작 11월이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안타까워 속 타는 게 나만은 아닌 것 같다. 얼굴이 노랗게 질려버린 은행나무도, 속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단풍나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이 비단 나뿐일까 이렇게 날씨가 싸늘해지면 찾아오는 손님 독감, 예방접종은 맞아야 하는 건지?. 대통령까지 나서니 더 불안하다.

어머니! 감기도 코로나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땅 아래는 아예 쳐다보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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