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희생자·가족 상처를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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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의 완전 해결 ‘피해자 배·보상’에 달렸다
(3)광주트라우마센터
국가폭력 생존자·가족에 치유·재활 프로그램 제공
국립화 관련 법안 마련하고 센터 확대·이전 추진
명지원 센터장 "상처 치유 위해선 공동체 지지 중요"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그날의 상처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국가폭력은 국가에 의해 자행되거나 차별을 묵인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말한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등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그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회피하거나 드러내지 않고 기억과 상처를 가슴 깊은 곳에 감춰두고 살고 있다.

아물지 않는 상처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5·18민주화운동.

5·18민주화운동은 제주 4·3과 함께 우리 근현대사 속 가장 아픈 역사로 꼽힌다.

19805월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한 광주시민들은 신군부의 진압과 무차별적인 집단 발포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부상을 입었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유공자와 희생자 유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끔찍한 참상을 경험했던 광주시민들은 지금까지도 5월만 되면 이른바 ‘5월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 당하고 5·18민주유공자 등이 차별·비하 받고 있다.

광주트라우마센터 설립 배경

5·18민주유공자(20181231일 기준)로 등록된 사람은 사망행불자 181, 부상자 2762, 기타희생자 1472명 등 총 4415명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회피하거나 기억과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가슴 깊은 곳에 감춰두고 살고 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각종 다발성 면역질환과 대장암,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다.

20065·18기념재단의 조사 결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55.8%PTSD 증상을 겪고 있었다.

5·18 관련 사망자 381명 중 42(10.4%)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20085·18기념재단 조사).

민간인 학살·의문사·고문·폭력·실종 등 국가폭력의 피해자는 30여 만명에 달하지만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치유 사업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이하 센터)5·18민주화운동 등 국가폭력 생존자와 그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이들의 아픔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201210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국내 최초로 설립됐다.

광주트라우마센터 역할

센터는 국가폭력 생존자와 그 가족을 위한 치유·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20205월 기준) 5·18민주화운동 관련 481명과 국가폭력 피해자 110명 등 총 591명이 센터에 이용자로 등록돼 있다.

현재 연간 19개에 달하는 치유·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한 인원만 17639(20204월 기준)에 달한다.

센터는 심리교육, 개인상담, 가족상담, 집단상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예·미술·몸동작·사진·음악치유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고문휴유증을 완화하고 재활을 돕기 위해 물리치료와 운동프로그램, 한방진료도 하고 있다.

특히 국가폭력 생존자와 가족들의 사회적 관계회복을 돕기 위해 증언치유 마이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데이는 국가폭력 생존자나 그 가족 중 한 명이 주인공이 돼 마음속 상처를 용기 내 이야기하면 함께한 참관인들이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지지하는 자리다.

또 고문·국가폭력 트라우마에 관한 연구·조사와 국가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홍보 및 교육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광주트라우마센터 국립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으며 2020년부터 시범 사업으로 국립으로 운영 중이다.

현재 국립화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센터를 옛 국군통합병원으로 확대·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명지원 센터장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지지가 중요합니다.”

명지원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2012년 출범 당시부터 센터에서 일해왔다.

명 센터장은 전남여고 2학년 때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

명 센터장의 아버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다 고초를 겪은 고 명노근 전남대 교수다. 어머니는 5·18 진상규명을 위해 헌신한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이다.

명지원 센터장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당시에 겪었던 고문과 부상,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것보다 이후의 감시와 통제, 사회적인 낙인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왜곡과 폄하에서 오는 2, 3차 트라우마 후유증이 훨씬 더 심각하다그래서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가 개인적인 트라우마 치유와 함께 진실규명과 책임을 묻는 사회적인 정의실현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적인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가해자인 국가의 책임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명 센터장은 센터를 방문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 많으시다다른 사람은 잘 지내는 것 같지만 나는 왜?’라며 혼자 끙끙 앓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에 위협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정신적,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이것을 극복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밝혔다.

명 센터장은 특히 “43 생존 희생자나 유족들의 고령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얘기를 감추고 산다라며 당시 상황을 말하면 몸과 마음이 반응한다. 말하면 무슨일이 혹시 무슨 생기지 않을까?’, ‘말하면 자식들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당시 얘기를 꺼내기가 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명 센터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평생 공동체의 지지 받지 못하고 사셨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지지가 중요하다그런 의미에서 4·3 생존 희생자나 유족들의 상처를 공감하는 4·3이야기마당 프로그램은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는 지역별로 유족회 활동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지역별로 치유작업을 진행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치유에 경험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자들은 당시 상처로 힘들어하는 주위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센터를 찾는다고 강조했다.

명 센터장은 현재 제주센터의 경우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차차 지역별로 동네 안에서 치유작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이를 통한 사회적 관계회복과 공동체로의 복귀, 일상적 삶의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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