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문화재 지정, 넘어야 할 산 많다
송악산 문화재 지정, 넘어야 할 산 많다
  • 고동수 기자
  • 승인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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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송악산 선착장 인근에서 “대규모 난 개발 우려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발표했던 ‘청정제주 송악선언(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의 약속)’의 첫 번째 실천 의지를 도민들에게 천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원 지사의 말처럼 송악산은 뛰어난 경관과 세계의 ‘화산학 교과서’라 할 만큼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곳을 문화재로 지정하면, 반경 500m까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설정해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도 밝혔다. 내년 1월부터 10월까지 조사 용역을 실시한 후 같은 해 12월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고, 2022년 4월 문화재 지정 공고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은 외국자본이 뉴오션타운 개발을 위해 사들인 송악산 일대 부지 19만1950㎡(5만8000여 평)를 매입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국비 지원(70%)이 가능하나 나머지는 지방비로 부담해야 한다. 또 사업자가 순순히 매각에 응할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그간의 손해를 내세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난관은 사업자 외 여러 토지주와 관련된 사유재산권 침해 여부 부분이다. 문화재로 지정하면 인근 토지의 재산권 행사도 제한된다. 이들의 동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극적인 반발도 점쳐진다. 이럴 경우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해 사업 자체를 망칠 수 있다.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이 청정의 가치를 확보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토지주들의 반발로 진척이 없는 것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원 지사의 의지대로 제대로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그러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클 것이다. 행정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갈지자 행보’란 논란 속에 국내외 자본이 제주 투자를 외면할 수 있다. 그 피해는 도민에게 돌아간다. 그러기에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임기 내에 이 일을 깔끔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원 지사의 추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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