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는 자연 예술무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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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테트라포드 (tetrapod)에 부딪쳐 깨지는 햇빛과 파도가 연출하는 작품은 독자들을 환희심과 설렘으로 끌고 간다. 파도가 부글부글 끓는 흰 포말로 스러질 때 햇빛이 끌어 안으면 관람객의 마음도 하얗게 변한다. 그 순간에 방파제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소망과 꿈이 영글고 있는 것 같다.

항구라는 공간적 영역은 방파제가 결정짓는다. 항구 안에서는 잔잔하던 바다가 배를 타고 나아가면 갑자기 시계가 트이면서 격랑의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그 감정의 변환점에 방파제가 있다. 우리도 방파제라는 울타리를 떨치고 나아가 멋진 내일의 삶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일 것이다.

마름쇠 모양 콘크리트 덩어리인 테트라포드가 마치 방파제의 대명사처럼 지칭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방파제는 파도를 막는 구조물 전체를 말하는 것이고, 테트라포드는 방파제에서 쓰이는 네 발 달린 콘크리트 덩어리를 뜻한다. 이것은 사면체 기하구조를 하고 있다.

테트라포드는 매우 안정적인 무게중심을 가지기 때문에 시공하기가 극히 용이하며 유지하기도 편하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잘 맞물려 방파제가 된다. 테트라포드의 4개의 발은 서로에게 끼어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굳건한 방파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경사면에도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이것을 멀리서 바라볼 때는 아기자기한 블록 같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거대한 구조물이다. 이 테트라포드 수백 수천 개가 모여 이루어진 방파제는 흡사 고대 건축물을 보는 듯한 웅장함마저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구조물에는 추락 위험이 커서 바닷가의 블랙홀이라 불린다.

테트라포드가 설치되면 주변의 해류를 방해하고 이것 자체가 파손될 수 있기 때문에 환경파괴적인 면도 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유지된 테트라포드는 굴이나 따개비 같은 부착식 해양생물의 터전이 되기도 하며 물고기들이 서식하는 인공어초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조류의 생장을 촉진시키고 이로써 어족자원의 성장을 돕는 환경친화적인 것을 개발이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테트라포드는 파도 때문에 존재 가치가 있다. 이것은 도전의식을 일깨워주는 파도를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태풍이 몰아칠 때 강력한 파도는 테트라포드를 정복하고 방파제 상공에서 물보라를 뿌리며 사라진다. 인간은 자연환경 속에서 방파제의 역할을 새삼 생각한다.

이 정사면체 구조는 유기화합물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물질, 메테인(CH4)의 생김새이다. 이것은 자연적으로는 유기물이 물 속에서 부패, 발효할 때 생기므로 늪지대의 바닥 등에서 발생한다. 이것은 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되새김질할 때 위에서 배출된다.

또한 이것은 석탄층 속에 함유되어 석탄 갱내에서 발생하여 공기와 섞여 폭발을 일으킬 때도 있다. 더구나 이 물질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고, 액화 천연가스인 LNG의 주성분이다. 이 메테인이 방파제의 주인공인 테트라포드 모양을 하고 있다. 테트라포드의 다리 사이의 각, 109.5도는 바로 메테인 결합각이다. 참 흥미로운 일이다.

제주도에 자리하고 있는 방파제들은 다양한 풍광을 형성연출하는 자연 예술무대 감독이다. 모슬포방파제는 포근한 일몰을 멋지게 표현한다. 이 방파제는 가파도와 마라도를 바라보면서 무슨 꿈을 키우고 있을까? 수평의 이미지를 가득 담고있는 가파도는 나지막한 지형을 가진 평지섬으로써 여유로운 행복감 충전소이다.

위미방파제는 등대 건너 편에 지귀도와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 한다. 이 지역은 귤이 익어가는 귤림추색이 빼어난 귤의 명산지이기도 하다. 현무암질 암반 해안을 형성하고 있는 타원형의 지귀도는 억새와 다양한 풀들을 가족으로 양육하고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웅장함 그 자체이고, 자신이 제주도를 상징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 같다.

북촌방파제는 오매불망 다려도를 사랑할 것 같다. 다려도는 북촌리를 아름답게 가꿔주는 보물이다. 다려도는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로부터 북촌리 소식을 접할 것이다.북촌리 포구를 멋스럽게 갈무리하는 아치형 다리는 아날로그적 운치를 표현하고 있다. 좌측에 좌정하고 있는 서우봉은 방파제의 지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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