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진 별들의 싸맷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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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오라동 메밀밭(上)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 흔한 식재료로 사용되던 메밀
‘빙떡’의 재료로, 제주지역에서는 ‘모멀’로 불려
유창훈 作, 꽃이 별이 되고.

다시 바람의 계절입니다. 가을은 하늘도 바다도 바람도 모두가 한통속으로 마음의 결을 자꾸만 어디론가 흐르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 쪽으로 차를 몰지요. 가을은 그렇게 자꾸 어디론가 등을 떠미는 계절이니까요. 청량한 빛이 감도는 오늘은 한라산도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내 마음이 우주고 우주가 내 마음인 것처럼요.

오라동 메밀밭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메밀 하면 대부분 강원도 봉평 메밀꽃 축제를 떠올립니다. 어릴 적 이효석 소설가의 메밀꽃 필 무렵이 너무 많이 알려진 탓이지요. 하지만 제주의 메밀도 역사가 깊습니다. 지금은 건강음식으로 많이 찾는 빙떡의 재료가 바로 메밀입니다. 밀가루가 귀했던 시절 메밀은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메밀로 수제비를 떠서 만든 미역국을 얼마나 먹었던지 지금도 그 생각이 훤합니다. 피가 맑아지고 산모에게 좋다고 했습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메밀은 흔한 식재료로 이용되었지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또 메밀입니다. 메밀껍질은 베갯속으로도 그만입니다. 두통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제주에서는 메밀보다는 모멀이 익숙합니다.

제주어로만 쓰여진 강영란 시인의 모멀꼿 피다는 꽃이 피는 순간을 통해 제주를 아주 맛깔스럽게 그려냈습니다. 섬사람들이야 바당에나 댕기곡 밭디나 댕기곡(바다에 나가고 밭에 나가는)’ 하는 일이 일상이지요. 메밀꽃이 피는지 어쩐지 하루하루가 그저 삶의 연속입니다. 이효석 소설가가 메밀꽃을 소금을 흩뿌려놓은 듯이라고 했다면 강영란 시인은 하늘에 벨들 이디 몬 털어져싱고라(하늘이 별들이 여기 다 떨어졌는지)’라고 했습니다. 제주 사람이면 이 시의 맛을 모를 리 없겠지만 표준어로 고쳤을 때 그 맛은 사라집니다. 그것이 바로 방언의 매력이겠지요.

오늘도 김정희와 시놀이팀에서 이 시를 제주방언의 맛을 살려 아주 맛깔나게 읽어주었습니다. 메밀꽃밭 한가운데서 읽는 맛을 나만 눈 펠롱펠롱 허게 허멍(나 혼자만 눈 말똥말똥 뜨게 하면서)’ 하던 모멀꼿(메밀꽃)도 이제 막 붉어지는 계절입니다. 하얀 꽃에서 붉은 색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수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랍니다.

 

 

이 시의 매력은 첫 문장부터 시작됩니다. ‘저 곱딱헌 싸맷짓곱딱헌싸맷짓이라는 의미가 다른 언어의 조합에 있습니다. ‘곱딱헌은 말 그대로 곱다는 뜻이고 싸맷짓쓸데없이 하는 어떤 행동으로 주로 어린 아이들이 많이 하는 행동입니다. 어릴 적 메밀꽃은 꽃이라기보다 곡식의 한 종류였고,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메밀꽃은 왜 쓸데없이 아름답게 피어서라는 의미쯤 되겠습니다. 여러 감정들이 뒤섞인 의미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것이 경험에서 오는 공감이겠지요. 이 시를 읽고 난 뒤에 보는 메밀꽃이 더욱 향기롭습니다.

한없이 펼쳐진 드넓은 메밀밭에 이탈리아 칸초네의 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가 울려 퍼집니다. 메밀꽃밭에 취해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하나 둘 가던 길을 멈춰 섭니다. 오능희 성악가의 무대입니다.
한없이 펼쳐진 드넓은 메밀밭에 이탈리아 칸초네의 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가 울려 퍼집니다. 메밀꽃밭에 취해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하나 둘 가던 길을 멈춰 섭니다. 오능희 성악가의 무대입니다.

한없이 펼쳐진 드넓은 메밀밭에 이탈리아 칸초네의 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가 울려 퍼집니다. 메밀꽃밭에 취해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하나 둘 가던 길을 멈춰 섭니다. 오능희 성악가의 무대입니다. 자연이라는 무대는 그 어느 곳보다 황홀합니다. 자연과 음악이 물아일체의 순간일 때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어지는 아름다운 나라가 메밀꽃밭을 가득 채우며 그 뭉클함은 덤으로 심장이 뜨거워집니다.

가수 김영헌님의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른 노래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여기 모인 얼굴들이 메밀꽃처럼 환했습니다. ‘추억 만들기’를 듣던 이 순간은 또 언젠가 이곳을 지날 때 한편의 추억으로 꺼내보겠지요.
가수 김영헌님의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른 노래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여기 모인 얼굴들이 메밀꽃처럼 환했습니다. ‘추억 만들기’를 듣던 이 순간은 또 언젠가 이곳을 지날 때 한편의 추억으로 꺼내보겠지요.

가수 김영헌님의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른 노래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여기 모인 얼굴들이 메밀꽃처럼 환했습니다. ‘추억 만들기를 듣던 이 순간은 또 언젠가 이곳을 지날 때 한편의 추억으로 꺼내보겠지요. 자연은 이렇게 인간의 아주 깊숙한 심금을 울리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가을에 피는 꽃들은 왠지 별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별들이 하나씩 요기, 저기, 피어 우리 앞에 얼굴을 내미는 것처럼요. 오늘 우리는 가을 들판에 별처럼 반짝이며 한아름 아름답기로 해요.
가을에 피는 꽃들은 왠지 별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별들이 하나씩 요기, 저기, 피어 우리 앞에 얼굴을 내미는 것처럼요. 오늘 우리는 가을 들판에 별처럼 반짝이며 한아름 아름답기로 해요.

가을에 피는 꽃들은 왠지 별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별들이 하나씩 요기, 저기, 피어 우리 앞에 얼굴을 내미는 것처럼요. 오늘 우리는 가을 들판에 별처럼 반짝이며 한아름 아름답기로 해요.

 

사회 정민자

음악 오능희(성악)

이관홍(오보에/플루트)

김영헌(노래 /기타)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그림 유창훈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음향 김송

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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