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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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돌이 채 안 된 손자를 돌보다 유모차에 넣어 두었던 손가방을 잃어버렸다. 천방지축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기라 아이 뒤를 바짝 쫓다 보니 가방이 떨어지는 줄을 모른다. 막상 잃어버리고 나니 섭섭하고 아쉽다. 임시 들고 다녔던 가방이라 중요한 것은 없다지만, 마실 갈 때 늘 함께했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손가방이 없어진 걸 알았다. 뭔가 모를 허전함에 기억을 더듬으며 가방을 추적한다. 마트 갈 때 들고 다녔던 가방이라 현금은 많지 않았을 것 같고, 농산물 상품권이 좀 있을 것 같다.

흔히들 말한다, 지갑은 내 손을 떠나면 남의 것이라고.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여 미련을 버린다. 그러다가도 “그래도 한 번….” 말끝을 흐리며 한 번이라는 말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 본다. 1%의 확률에 믿음을 가지고 싶었음이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산책했던 장소를 둘러보지만, 찾고 있던 가방은 없다. 그때 그곳에 아빠와 아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들에게 잃어버린 손가방 얘기를 했더니 가방이 떨어져 있던 곳 바로 옆 벤치에 올려놓았단다. 휴일에는 이용하는 사람이 거반 없어 분명 누군가 찾으러 올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며 나도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가방보다 먼저 가슴에 와 닿는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열어 봤더니 상품권이 꽤 들어 있다. 가방 안에 있던 상품권에 대한 미련은 남았지만, 이미 잃어버린 것에 연연하고 싶지 않아 포기하려 했었다. 이분이 만약 습득물을 유실물로 접수해 버렸다면 내가 과연 유실물센터를 찾아 확인했을까 싶다. 가방 안에는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잃어버린 현금이 주인을 찾는 일은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사례는 부득불 사양하여 아이에게 과잣값 정도만 쥐여 주고 돌아왔다. 정작 가방을 찾고 나니 몇 년 만에 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처럼 반갑다. 찾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겠다. ‘현금인데 누가 주인을 찾아주겠어.’ 하는 나만의 일방적인 생각이 하마터면 선행을 베푼 이를 외면하는 일이 될 뻔했다.

이 일이 있기 며칠 전에도 키우던 반려견이 가출하였다. 울타리 문이 열린 것을 확인하고 찾아 나섰는데 감동이다. 누군가 강아지를 나무 기둥에 묶어 놓았고, 그 옆에는 물과 사료도 놓여 있다. 부러 집으로 가 강아지 줄이랑 물 그리고 밥을 가져왔을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강아지 밥그릇에다 감사의 쪽지를 남긴다.

선행이 선행을 낳는다고 한다. 최근 두 번의 감동에 선행 릴레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누군가로부터 선행을 받은 자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풀고, 또 그 선행을 받은 자는 다시 누군가에게 선행 베풀기를 이어 가기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훈훈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선행 나눔이야말로 어떤 것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작지만 큰 선행 릴레이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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