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에 눈길이 간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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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승자독식(勝者獨食). 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다. 주(州)별로 직접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해당 주에 배분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한다. 50개 주와 워싱턴 DC에 할당된 538명의 전체 선거인단 중 과반수(270명)를 얻으면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러다 보니 한 주에서 크게 지더라도, 여러 주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편이 낫다.

이 제도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1787년 필라델피아 최초 제헌 회의에서 노예가 상대적으로 적고 백인이 많은 북부 주들은 백인 남성만의 투표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40%가 노예이며 백인 남성이 적은 남부 주들은 반대했다. 결국 노예 한 명을 백인의 5분의 3명으로 계산해 인구에 비례해 주마다 선거인단을 할당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 것으로 결론 났다. 노예제 폐지 후엔 모두가 온전한 1인으로 대우받으면서, 남부 주들의 선거인단은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권자 전체 투표에선 이기고도, 선거인단 과반수 획득엔 실패하는 일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 대선이다. 당시 조지 W 부시가 플로리다(선거인단 25명)에서 앨 고어에게 불과 537표 차로 이기면서 선거인단을 싹쓸이했다. 전체 투표수에선 앨 고어가 54만표 더 얻었는데도 소용없었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286만 표를 뒤지고도, 선거인단은 304명을 확보해 당선됐다.

이 같은 방식을 두고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저항 때문에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나름의 가치는 있다.

미국의 각 주는 선거인단 제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설령 작은 주라 하더라도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로선 한 표라도 지면 단지 그 한 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단을 통째로 잃는다. 따라서 어느 지역이라도 홀대할 수 없다. 그러기에 트럼프와 바이든도 자신의 텃밭보다는 박빙인 이른바 ‘경합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기를 썼다.

▲선거인단 제도는 결코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는다. 몸통과 꼬리는 일심동체지만, 경우에 따라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을 용납한다.

그래서 눈길이 간다. 지역 세가 약한 제주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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