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國語)의 실종
우리말(國語)의 실종
  • 제주일보
  • 승인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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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나랏말싸미 듕귁中國에 달아 문자文子와를 서르 사맛디 아니 할세.’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序文 일부이다. 올해로 세종대왕이 스물여덟 글자를 만든 지가 574돌이 되었지만 우리말은 실종되었다. 추석을 앞두고 읽었던 일간지들이 쏟아낸 특집 기사엔 우리말이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내가 신조어와 외래어로 도배된 특집 기사들을 독해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것이었을까? 노년층은 차치且置하더라도 다음 기사를 아무런 불편 없이 독해 할 수 있는 중장년층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호텔 패키지 상품이 많아졌다. 호텔브랜드인 글래드여의도 라이브강남 등 4개 글래드호텔에선 꿀 추석 패키지를 선보인다. 해피홀리데이 패키지 이그재큐티브 객실 1박에 뷔페에서 연어카르파치오 초밥플래터, 바비큐디저트가 코스로 제공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시티브레이크 특가 프로모션도 선보인다

외래어뿐만 아니라 홈추 집콕 밀키트 요알못 등의 신조어까지 가세하다 보니 내 가독성可讀性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나라 대표 일간지들이 외래어와 신조어를 부추기는 형국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말이 실종되고 있다. 거리엔 우리말 간판을 찾아볼 수가 없고 우리말을 썼더라도 외국어 밑에 조그맣게 표시해 놓았을 뿐이다. 국적 불명의 아파트 이름은 또 어떤가? 캐슬 시티 파크를 넘어 스위첸 그라시움 아르테온 뜨란체 아델리체 프레티움 등 라틴어까지 동원된 아파트들뿐 우리말 아파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아파트는 외국어 이름이어야 잘 팔린다는 통념 고급스러운 것들은 서구문화에서 온다는 통념은 사대주의적 발상이요 대국大國에 종속되려는 잘못된 생각은 아닐까?

젊은이들이 정체성을 잃어갈 때 나라의 정체성도 흔들린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우리말을 살리는데 앞장서려는 대중매체는 얼마나 될까? 한식이나 단오는 몰라도 핼러윈데이는 잘 아는 젊은이들에게 묻고 싶다. 정체성을 잃은 국민들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것을 먼저 사랑하고 정체성을 잃지 않을 때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또한 젊은이들에게 당부한다. 자본주의적 발상으로 만들어내는 모든 상업주의에서 탈피해보자. 그래야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입동立冬이 지나서일까?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 한기가 서려 있다. 곧 겨울이 올 것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아름다운 우리말 이야기책을 찾아 읽으며 잃어버린 정체성을 되찾아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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