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는 절대 안 된다
우리 마을에는 절대 안 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임시찬 수필가

하수종말처리장을 견학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바쁜 일정 묶어두고 참여했다. 450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확장공사 계획을 수립한 지 1년여가 훨씬 넘었다. 주민의 반발로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찬성 반대를 떠나 현장을 먼저 견학하자는 안이 실행에 옮겨진 것이다.

행정에서는 감지덕지 설득시킬 호기라 생각하고 차량과 음료 등 서비스에 열을 올린다. 하수처리장 위치가 한 마을에만 관련된 게 아니라 마을 간 경계지점이라 한쪽 마을에서 결사반대한다고 목청을 돋우면, 한쪽 마을에서도 덩달아 또 다른 반대를 외치며 하늘 향해 주먹을 쥔다.

집안 경제의 한 축을 바다에 의존하는 해녀의 애절한 하소연이 주위를 숙연하게 한다. 아무리 정화를 철저히 한다고 하지만 하수종말처리장 근처 물속은 흐린 시야로 지척을 분간하기도 어렵다. 그뿐인가, 최선을 다해 정화를 한다고 하나 밀물에 섞여 퍼지는 하수의 오염은 해녀들의 삶의 터전을 더 넓게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교란시켜 놓곤 한다. 백화현상은 늘고 청정해역일 때 자라던 고장초 등은 자취를 감췄다. 더 이상의 증설을 반대한다는 이유다.

오염은 고령화되는 해녀에게 더 멀리 더 깊은 바다로 등 떠미는 고통을 안겨 줄 뿐이다. 옛날 순응하기만 하던 해녀가 아니다. 떳떳이 할 말을 하는 그들의 변한 모습에서 환한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기쁘다.

설명하는 관계자는 공무원으로서의 긍지와 책임, 전문가의 자부심까지 겸비를 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수준을 생각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그 자리에 화학 용어가 무슨 필요가 있나. 산소요구량, 질소 총량, 인 총량이 아니라 하루에 발생하는 하수가 5t 트럭으로 몇 대 분이고, 냄새와 각종 오염물질은 과학적 방식으로 정화를 거친 후, 바다로 가는 방류수는 몇 대 분입니다. 하면 못 알아듣는 이가 없을 것을….

하수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 마을만은 절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이다. 결국, 무능한 행정이라는 질타를 피하는 방법으로 수용하는 마을에 사업도 주고 돈도 주며 어르고 달래서 성사시켜 왔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수용을 반대하는 쪽에서도 뚜렷한 이유를 체계화하기보다 반대 목소리를 높여 이왕 수용할 바에는 밥값이라도 톡톡히 받아내자는 게 내면 깊이 깔린 계산이 아닐까.

선량들은 민심을 살피겠다고 출마할 때는 목청을 돋우지만, 정작 지역에서 필요할 때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 표 달라할 때 보이던 모습은 당선과 함께 사라진다. 선출해 준 고마움을 잊지 않는 마음으로 진작 어려움이 닥쳤을 때 중재하는 모습이 절실하다.

수용하는 마을에 감사한마음 잊지 말고 각종 지원 대상에서 우선시해 줘야 한다. 그 지역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힘없는 계층의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생산물 판매에 도움을 주고 장려금이나 보상도 필요하다. 반대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할 때와 성사된 후 얼굴이 다르면 안 된다.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피해자들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는 일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