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황량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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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뉴질랜드 마운트 쿡
마운트 쿡 빙하가 만든 후커 호수, 산맥의 신비로움 더해
성판악 코스와 닮은 뮬러 헛·호수 트레킹 후커 밸리 인기
마운트쿡 후커밸리 코스 정경, 후커 호수로 가는 길목의 주변 설산 모습. 후커밸리 코스는 후커 강을 거슬러 후커 계곡을 따라 빙하 호수까지 다녀오는 루트다. 오르막 내리막이 거의 없는 평지 트레킹이다. 
마운트쿡 후커밸리 코스 정경, 후커 호수로 가는 길목의 주변 설산 모습. 후커밸리 코스는 후커 강을 거슬러 후커 계곡을 따라 빙하 호수까지 다녀오는 루트다. 오르막 내리막이 거의 없는 평지 트레킹이다. 

뉴질랜드는 남태평양 한가운데 두 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북섬엔 제1의 도시 오클랜드와 수도 웰링턴이 있고, 남섬은 천혜의 자연으로 이뤄졌다. 여행자들에겐 북섬보다는 남섬이 더 끌린다. 남섬의 대자연을 대표하는 곳이라면 두 군데를 뽑을 수 있다. 섬의 맨 아래쪽 서남단을 중심으로 장쾌하게 펼쳐진 피오르드랜드(Fiordland) 지역과 그 위쪽으로 섬의 등뼈처럼 길게 뻗은 서던알프스(Southern Alps) 산맥이다

두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 딱 하나씩만 고르라면 간단하다. 피오르드랜드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이 있고, 서던알프스에는 뉴질랜드 최고봉인 마운트 쿡(Mount Cook)이 있다

서던알프스는 남섬의 서해안을 남북으로 길게 이어가는 험준한 산줄기다. 서던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은 해발 3754m의 마운트 쿡이다. 원래의 이름은 아오라키 마운트 쿡(Aoraki·Mount Cook)’이다. ‘구름 뚫고 솟아오른 봉우리라는 뜻의 마오리어 아오라키와 이 섬을 발견하여 서방세계에 알린 제임스 쿡 선장의 이름이 합쳐져 산 이름이 되었다.

마운트 쿡 주변에는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짧은 트레킹 코스들이 여덟 개 포진해 있다. 만년설로 뒤덮인 아오라키 마운트 쿡 정상은 전문 산악인들에게 맡기고, 일반 트레커들은 마운트 쿡 아래의 이 코스들을 트레킹 하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남섬의 아름다운 도시 퀸스타운에서 6번과 8번 고속도로를 갈아타며 북으로 다섯 시간을 달리면 푸카키 호수(Lake Pukaki)에 도착한다. 마운트 쿡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남으로 흐르고 흘러 드넓은 호수가 되었다. 미세한 얼음 입자들이 만들어낸 호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밀키 블루니 에메랄드니 하는 색감만으로는 식상하다.

고속도로를 비켜나 좁아진 국도를 따라 호숫가를 30분 넘게 달리다 보면 마운트 쿡의 관문인 마운트 쿡 빌리지에 도착한다. 거대한 마운트 쿡 산군에 가로막혀 더 이상 길이 없어진 종점 마을이다. 넓은 평원이 거대한 병풍으로 둘러쳐진 모양새, 사방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설산들의 위용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짙은 회색의 기운이 빌리지 주변을 잔뜩 에워싼다. ‘황량한 아름다움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표현일 게다.  

마운트 쿡 빌리지에서의 숙박지는 두 유형이다. 럭셔리한 허미티지 호텔(The Hermitage Hotel)이 있고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도미토리식 호스텔이 서너 군데 있다. 트레킹은 허미티지 호텔 앞이 출발점인데 호텔을 중심으로 8개 트레킹 코스가 적절하게 포진되어 있다.

허미티지 호텔 주변 숲을 한 시간 내외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가 두 개 있다. 일출이나 일몰 시간이면 근사한 경관을 선사해주는 가장 짧은 글렌코 스트림 코스, 삼림 지대를 걷는 한 시간짜리 거버너스 부시 코스다.

멀리 떨어진 빙하 호수까지 다녀오는 두서너 시간짜리 평지 트레킹 코스도 세 개 있다. 마운트 쿡에 가장 가까워지는 후커밸리 코스와 키아 포인트 코스 그리고 타스만 빙하호 코스다

가파른 산행 코스도 3개 있다. 해발 1143m에 위치한 레드 탄스와 해발 1250m의 실리 탄스 그리고 해발 1830m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뮬러 헛 코스다. 시작점인 빌리지 고도는 760m이렇게 마운트 쿡 빌리지는 짧게는 23, 길게는 일주일 여정으로 머물며 주변을 트레킹 하기 좋은 리조트 휴양지이다.

이들 8개 중 가장 난이도 높은 뮬러 헛(Mueller Hut)과 가장 인기 있는 후커 밸리(Hooker valley), 두 개 코스를 소개한다

마운트쿡 뮬러헛 코스 정상으로 향하는 트레커.
마운트쿡 뮬러헛 코스 정상으로 향하는 트레커.

뮬러 헛 코스 (왕복 12, 9시간 소요)

해발 고도 차이는 물론 코스의 유형까지도 제주 한라산 성판악 코스와 많이 닮았다. 정상 가는 중턱에 실리 탄스라는 자그마한 호수가 사라오름 산정호수를 연상케 하고, 이곳까지 올라오는 데에 수많은 계단들 또한 한라산 등반 코스와 닮았다. 백록담 정상엔 분화구가 있지만 뮬러 헛 정상엔 하룻밤 머물 수 있는 뮬러(Mueller)’라는 이름의 산장(hut)이 기다린다는 차이는 있다.

1800개에 이르는 나무계단을 모두 밟고 나서야 산 중턱 넓은 평원에 있는 작은 호수인 실리 탄스와 마주한다. 뒤 돌아보면 정면의 웨이크필드 산과 그 아래 짙은 회색의 뮬러 빙하호수가 바짝 따라붙는 형국이다.

마운트 쿡 봉우리를 중심으로 주변 설산들의 위용이, 산 아래 빌리지 주변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해발 1805m에 자리 잡은 뮬러 헛은 30여 명이 수용 가능한 산장이다. 해발 2000m도 안 되는 산악지형임에도 히말라야 설산 깊숙이 올라온 듯한 알파인 지형 분위기를 맛보게 해주는 곳이다

후커 계곡에서 후커 호수로 가는 구름다리.
후커 계곡에서 후커 호수로 가는 구름다리.

후커 밸리 코스(왕복 15, 4시간 소요)

후커 호는 마운트 쿡의 빙하가 녹아내린 빙하 호수다. 고였다가 넘쳐흐른 호수 물은 후커 강을 따라 남쪽 멀리의 호수 푸카키로 향한다.

후커밸리 코스는 후커 강을 거슬러 후커 계곡을 따라 빙하 호수까지 다녀오는 루트다. 트레킹 초입에 홀연히 서 있는 알파인 추모탑이 거대 설산을 배경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코스 후반엔 주변 전체가 한눈에 조망되는 후커 전망대가 압권이다.

‘100년 전 이 계곡은 빙하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 전망대 자리가 빙하의 바닥이었다. 지금 그 빙하는 계곡 위에 조금씩만 남아 있을 뿐이다. 빙하가 녹다 남은 얼음들이 정처없이 호수를 떠다니고 있다.’ 이 일대의 지질 변천을 알려주는 안내 글도 인상적이다

각각 20명 이내로 인원 제한이 있는 구름다리 3개를 지나면 비로소 후커 호수에 이른다. 둥둥 떠 있는 수많은 유빙들이 신비로운 연둣빛을 띠며 호수의 회색 톤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호수 너머 끝자락에 후커 빙하로 덮인 마운트 쿡의 자태가 신비를 더한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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