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안정돼야
나라가 안정돼야
  • 제주일보
  • 승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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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지난달 북한 주민 1명이 강원도 동부지역 최전방 철책을 뚫고 민간인통제선 안을 4일간 휘젓고 다니다 붙잡혔다. 2중의 철책을 넘는 동안 이를 감지하지 못한 데다, 전방초소에서 한참 떨어진 민통선으로 침입하는 동안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철책을 넘은 뒤 신병을 확보하기까지 14시간 정도 걸렸다는데, 그 이유는 ‘어두워서, 지형이 험해서’라 했다. 실제 전쟁이 발생해도 이런 변명을 할 것인가. 민간인이었기에 천만다행이지, 무장 군인이었다면 어땠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주민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남한 것에 대해, 경계에 실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나라의 국방과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경솔한 언행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은 그동안 최전방에 과학감시 장비까지 설치해 철통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내세워 왔다. 그러나 우리 군의 경계에 번번이 구멍이 뚫리고 있다. 그때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그 말을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될까?

‘작전에 실패할 수는 있어도 경계에 실패하면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계 태세가 군에 있어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기본마저 망각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기본을 저버리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여야가 눈 뜨고는 보지 못할 장면들을 연출한다. 거침없이 막말과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배려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로지 당리당략만을 일삼는다. 자신들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의롭고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약속했다. 그리고 국민 대통합과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통합은커녕 나라 안은 두 쪽으로 나누어져 극심한 갈등과 분열의 골만 깊어 가고 있다. 같은 일을 놓고도 자신들의 하면 정의요 상대방이 하면 불의라 한다. 흑백논리만 존재할 뿐, 상대방을 인정하거나 포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도 갈등과 대립으로 한 치의 양보가 없다. 정의롭고 공정한 법을 다스려야 할 수장들이 사사건건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집착한다.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는 미덕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쟁과 정파적으로 심각하게 양분되어 있고,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점에 서 있다. 그러나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삼권분립과 상호 견제는커녕 모든 권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의회 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여당은 밀어붙이기 일쑤다.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이 편파적이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절감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보인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한다. 권력은 영원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언젠가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한다. 내가 했던 언행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나라가 안정되고 평등한 민주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과 배려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 지도자들이 청렴하고 모범을 보일 때라야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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