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산물의 미래 열 수 있는 키워드, 마이크로바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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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MD헬스케어 고문/논설위원

지난 9월 8일자 시론에서 소개한 ‘마이크로바이옴’ 개념은 세상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인류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된장, 간장과 같은 발효식품을 섭취하면서 사람 몸에 좋은 미생물의 존재를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이론은 나오자마자 곧바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개념을 한 번 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몸은 살과 피, 뇌와 피부, 뼈와 근육 등 10%의 인체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90%의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몸속에는 100조에 달하는 미생물들이 우리 몸과 공생하며 살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우리 몸을 지배하고 있다. 이 미생물들은 대장을 포함한 소화기관에 95% 이상 서식하고 있는데 체중, 면역 체계, 정신 건강 심지어는 배우자의 선택까지도 관여하고 있고 비만, 당뇨, 자폐증, 우울증, 알레르기, 심지어 암에 이르기까지 소위 21세기형 질병이라 부르는 많은 질환들이 체내 미생물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생물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다. 예를 들어, 요즘 젊은 엄마들은 질색할지도 모르겠지만 1970,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기가 이유식을 시작하면 할머니가 입에서 음식을 잘게 씹어 아기의 입에 넣어 주었다. 이것을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할머니가 아기가 자라면서 필요한 면역력을 높여 주는 미생물을 전해 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비슷한 음식을 먹고 주로 키스를 통하여 미생물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장내 미생물의 종류는 대략 1만종, 1000속 정도라고 한다.

필자가 굳이 생소한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하여 두 차례에 걸쳐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것이 어쩌면 제주 농산물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관심사는 결국, 사람 몸에 좋은 미생물이 많은 먹거리는 무엇이고 그 식재료는 어떤 환경에서 재배, 생산되어야 하는지에 모아진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벤처 기업인 ㈜MD헬스케어에서 첨단 유전체 분석 기술에 의하여 실증해 본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를테면 같은 품종의 무나 당근도 좋은 토양,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이 있는 곳에서 자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좋은 미생물의 양과 다양성에 크게 차이가 났고 지역별로는 강원, 전라 등지에서 재배된 무나 당근보다 제주 지역에서 재배된 무나 당근에서 사람 몸에 좋은 미생물이 많이 나왔다. 이는 기존 영양소 개념과는 별개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은 미생물이 많다는 것이고 구체적 데이터로 표시할 수도 있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농산물이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고 제주에서 난 농산물이 좋을 것이라는 추측은 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과학적 데이터는 없다.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의 기술을 이용하면 제주 농산물에 얼마나 다양하고 좋은 미생물이 있는지 구체적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은 제주산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음식은 보약이다”라고 했다, 제주산 농산물의 유전체 분석 검사 결과를 보고, 이처럼 건강에 좋은 식재료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제주의 농업은 새로운 미래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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