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庚子仲秋之情/尤韻(경자중추지정/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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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水巖 李昌俊(작시 수암 이창준)

何日二更心悶憂 하일이경심민우 어느 날 밤 이경쯤 답답하고 우울하여

出門行步到田丘 출문행보도전구 문을 나서 비탈 밭에 이르렀네/

鷲鳶警警翩無息 취연경경편무식 수리연은 훨훨 날아 쉬지 않고 살피는데

雲月悠悠不礙流 운월유유불애류 구름과 달은 유유히 얽매임 없이 흐르네/

花葉揚揚姿未飾 화엽양양자미식 꽃 날리고 잎 지는데 그 모습 꾸밈없고

草虫喞喞野情幽 초충즉즉야정유 풀벌레 울어울어 시골 정취 그윽하다/

藝人熱唱胸銘響 예인열창흉명향 한 예인의 울부짖음 가슴 새겨 울리는데

今夜與虞深漸尤 금야여우심점우 이 밤도 시름 속에 점점 더 깊어만 가네/

주요 어휘

二更(이경)=하룻밤을 오경(五更)으로 나누었을 때의 둘째 부분(部分). 곧 밤 아홉 시부터 열한 시까지의 사이 =답답할 민 =경계할 경 =빨리 날 편. 나부끼다 =거리낄 애 =솔개 연. 연 연 =수리 취 =꾸밀 식 =두런거릴 즉 喞喞(즉즉)=(문체에 쓰이어)풀벌레가 우는 소리 野情(야정)=시골다운 소박한 정취 =염려할 우 =더욱 우

해설

시월 상순 어느 날 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들리는 소식은 북측에 의한 해경 피살, 코로나, 라임·옵티머스, 독감 백신 배달 사고와 같은 슬픈 소식만이 들려온다. 어제의 말과 오늘이 다른 위정자들의 파렴치한 궤변 등으로 심사가 영 편치 않다. 답답한 마음도 식힐 겸해서 자그마한 고구마 밭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난해에는 악천후로 인하여 농작물 피해가 컸지만, 올해는 그나마 고구마 농사는 외견상 괜찮아 보였다. 꿩들로부터 땅속 알맹이 피해를 막으려고 달아 놓은 독수리 연의 비행을 보노라면 잠시나마 모든 것이 잊힌다. 막힘없이 흘러가는 달과 구름, 그리고 독수리 연은 하늘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솔솔 부는 바람에 떨어진 꽃잎과 낙엽은 자연스레 날리는데, 풀벌레 노래하니 어찌 최고의 자연음악회라 아니 할 수 있으리오.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더니 문득 추석날 밤 한 예인(藝人) 나훈아의 가창과 함께 정곡을 찌르는 부르짖음이 가슴속에서 메아리친다. 또 마음이 편치 않다. 참으로 힘든 경자년이다. <해설 수암 이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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