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잎을 먹고 비단을 생산한다
뽕잎을 먹고 비단을 생산한다
  • 제주일보
  • 승인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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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누에 고치에서 얻은 천연 단백질 섬유가 과거에는 금에 필적하는 사치품으로 상류계층만이 애용·착용했다. 이 섬유가 바로 견섬유이며, 이것으로 짠 천을 견직물이라고 한다. 견직물은 명주라고도 하며, 비단은 이 부류의 대표주자이다.

비단은 견직물 중에서도 특히 광택이 나게 짠 것, 명주는 무늬 없이 성글게 평직으로 짠 직물이다. 한편 벨벳(velvet)은 직물의 표면에 연한 섬유털이 치밀하게 심어진 것으로 비로드(veludo) 또는 우단이라고도 한다.

고대 세계에서는 비단 보다 더 좋은 천을 찾을 수가 없었고 현재도 최고급 천으로 평가받는다. 이것은 가볍고, 아름답고, 부드럽고, 흡습성도 좋고, 상당히 질긴 편이며, 방한 성능도 뛰어나다.

잠업은 1980년대에는 높은 수출고를 달성한 바도 있다. 잠업은 농가의 부업으로 단순한 옷감 생산의 단계를 넘어 외화 획득의 주요산업으로 육성·발전하게 되어 잠업농가의 소득 증대와 국가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적도 있다.

유충을 누에, 한자로 잠이라고 하며, 이것을 기르는 양잠 행위를 우리말로 누에치기라고 한다. 영어로 누에는 비단을 만드는 벌레, silkworm이다. 암컷 누에나방은 한 번에 약 2,000개의 알을 낳는데 이 알에서 나온 것이 바로 누에이다. 누에치기에 필수적인 것은 사육장의 쾌적한 환경과 신선한 뽕잎이다.

누에가 우화를 위해 고치를 짓고 나면 그걸 삶아서 실을 뽑는데 그것이 명주실(견사)이며, 그것을 짜서 만든 천이 비단이다. 양식 누에는 변태 시도를 해도 번데기에서 끝나기 때문에 비극의 벌레로 묘사되기도 한다. 우화를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들이 바로 실을 뽑아내고, 삶은 번데기는 간식으로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설치류, 파충류 등 애완동물의 먹이로 누에가 이용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높은 단백질 비율을 자랑하는 고영양식이다. 고치실을 얻는 과정에서 부산물인 누에똥은 가축의 사료, 식물의 발근촉진제, 녹색염료, 활성탄 및 연필심 제조 등에 쓰이고, 제사과정에서 나오는 번데기는 사람이 먹기도 하고 가축과 양어의 사료, 고급 비누·식용유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비단옷은 어떤 나라에서는 갑옷 안에 입어 갑옷의 방어력을 높이는 일종의 전투복으로 이용된 적이 있다. 비단은 의료용으로도 사용했는데, 수술용 봉합사이다. 비단은 섬유가 가늘면서도 질기고 신체의 부작용도 적어 봉합사에 적합했다.

비단을 생산할려면 누에의 주식인 뽕나무의 잎이 필수품이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성장하여 고치를 짓는다. 이 나무의 열매를 오디라고 하는데 오들개 혹은 상심이라고 칭한다. 간식이 귀하던 예전에는 아이들의 간식거리로 최고의 식품이였다. 요즘은 웰빙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블랙푸드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근래에는 오디를 잼을 만들어 섭취하는 경우가 많고, 오디청을 제조하여 오랫동안 먹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오디는 약재로 사용되는데 백발의 머리를 검게하고, 정력 보강에도 효능이 있고, 정신을 맑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디에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라닌,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되어 숙취에 효과적이다. 이에는 루틴, 가바 성분 등이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혈액으로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어 탈모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오디는 비타민 A, 칼륨, 칼슘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이 열매에 풍부한 안토시아닌 성분은 노화를 방지하고 시력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친환경의 대명사인 제주도에서 뽕나무와 누에에서 경제적 활로를 다시 찾으면 소득 증대와 국가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로부터 고부가가치 산업육성, 건강가치 및 쾌적한 환경가치,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토대가 확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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