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캐널시티·다양한 신사 등 관광객 발길 이어져
한국서 가까워 접근성 우수…세 번째로 많이 찾는 도시
‘봄바람이 불면 향기를 전해주오 매화 꽃이여 주인이 없다고 해서 봄을 잊지는 말아주게.’
헤이안 시대 귀족 학자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유배를 떠나면서 읊은 시다. 그가 변방 유배지 규슈에서 외롭게 살다 죽은 후 교토에선 천재지변과 함께 천황과 여러 신하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죽은 미치자네의 저주 때문이라고 믿게 된 다음 천황은 그를 인간이 아닌 특별한 힘을 가진 ‘천신(天神·텐진)’으로 추앙해 다자이후 텐만구에 모신다.
천년이 지난 오늘날 이곳은 ‘천신’이 된 신인(神人) 미치자네에게 소망을 빌려고 찾아오는 일본인들로 늘 북적거린다. 후쿠오카의 대표적 명소가 되어 있다.
후쿠오카시는 후쿠오카현의 주도이면서 규슈의 관문이다.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만큼 부산에서 페리가 운항되는 등 여행 접근성이 좋다. 때문에 도쿄, 오사카에 이어 한국인 관광객들이 세 번째로 많이 찾는 일본의 도시다.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도보여행 루트라면 하카타역에서 출발하여 텐진지역을 거쳐 모모치 해변까지 후쿠오카시의 주요 명소들은 거의 거칠 수 있다. 거기에, 외곽인 다자이후 텐만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오는 것이다.
♣트레킹 루트 (12㎞. 다자이후는 별도) : 하카타 역(博多駅)–스미요시 신사(住吉神社)–캐널시티 (Canal City. キャナルシティ博多)-구시다 신사(櫛田神社)–나카스 포장마차 거리(中洲屋台橫丁)–텐진중앙공원(天神中央公園)–덴진 역(天神駅)–텐진 지하상가(天神地下街)–케고 신사(警固神社)–다이묘(大名) 거리–후쿠오카 성터(福岡城跡)–오호리 공원(大濠公園)–후쿠오카 돔(福岡PayPayドーム)–모모치 해변 공원(シーサイドももち海浜公園)–후쿠오카 타워(福岡タワ━)–후쿠오카시 박물관(福岡市博物館)–니시진 역(西新駅)-다자이후 텐만구(大宰府天満宮).
후쿠오카의 관문은 하카타역이다. 원래는 후쿠오카와 하카타, 두 지역이었던 것이 메이지 유신 때 후쿠오카로 단일화 통합되면서 하카타란 이름은 중심역의 이름으로나마 남겼다. 대도시의 나들목 역할을 하는 관문 역이 공항과 지하철 두 정거장이거나 항구와 3㎞ 이내 거리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하카타역은 규슈와 후쿠오카 여행자들에겐 편리하고 유익한 교통 거점이다.
일본여행에선 신사 방문이 꽤 중요하다. 섬나라인지라 해상 안전을 위하여 바다의 신을 모시는 신사들이 일본 전역에 많다. 스미요시 신사도 그들 중 하나다. 하카타역에서 가장 가깝고 도심 한가운데라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면 좋다.
캐널시티는 나카 강변에 길이 180m의 반원형 운하를 만들어 그 일대에 조성한 주상복합 타운이다. 쇼핑과 유흥, 식사, 숙박이 5층 복합시설 안에서 다 해결된다. 분수 쇼나 라이브 공연 등 볼거리와 이벤트들이 시설 안에서 끊이지 않는다. 후쿠오카의 랜드마크이자 여행자들의 방문 0순위 명소다.
캐널시티에서 500m쯤 벗어나면 한적한 옛날식 거리가 나타나고 불로장생과 상업 번성의 신을 모시는 구시다 신사가 나타난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 ‘히젠토(肥前刀)’가 보관돼 있다고 하지만 일반에 공개된 적은 없다.
신사 맞은편은 나카 강에 있는 나카스(中洲) 섬이다. 길이 1㎞에 폭 200m의 작은 섬이다. 여러 개의 다리가 육지로 연결되어 있다. 포장마차 거리로 유명하고, 밤이 되면 섬 일대는 대단위 환락가로 변신한다.
나카스 섬에서 후쿠하쿠 만남의 다리(福博であい橋)를 건너면 텐진중앙공원이다. 인접한 텐진역 일대, 특히 텐진 지하상가는 우리의 강남역 주변처럼 후쿠오카 최대의 상권이자 번화가이다. 400m 거리의 지하도에 수백 개의 매장이 밀집되어 있어 언제나 여행객과 현지인들로 붐빈다.
지하상가와 연결된 미츠코시 백화점 건물 뒤로는 아담한 케고 신사이다. 신사 경내에 무료 족탕 시설이 구비돼 있다. 뜨거운 물 속에 잠시 발 담그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신사에서 후쿠오카 성터로 이동하는 동안은 다이묘(大名) 거리를 지난다. 다양한 브랜드 매장과 빈티지샵들, 그리고 가로수 길과 뒷골목 길들이 조화가 감성 가득 운치를 더해준다.
아기자기하고 북적거렸던 텐진과 다이묘 지역을 벗어나면서 분위기는 차분해진다. 후쿠오카 성터를 가로질러 오호리 공원에 이르면 늘 푸른 숲길과 드넓은 호수가 함께 있어 발걸음은 한층 더 가벼워진다.
바다내음을 맡아가며 후쿠오카 돔을 끼고 돌면 모모치 해변이다. 멀리 수평선 너머 한반도와 부산쯤을 상상해보며 현해탄 바다와 마주한다. 해변의 후쿠오카 타워는 후쿠오카를 상징하는 대표적 명소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1분 이상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일몰 시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모모치 해변 모래사장 위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마주하다가, 타워 전망대에 올라 도시 야경을 즐기는 것이다.
타워 바로 앞에 텐진역이나 하카타역 가는 버스가 있고, 인근 니시진역이 1.5km 거리다.
다자이후 텐만구는 텐진역이나 하카타역에서 전철이나 버스로 30~40분 거리다. 이곳에 모셔진 ‘텐진(天神)’ 미치자네는 일본인들에게 언제부턴가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때문에 이곳 신사에는 학업이나 취업 등 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미치자네가 ‘주인이 없다고 해서 봄을 잊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했듯, 신사에는 수천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어 봄이 되면 매화꽃을 만개한다. 미치자네의 부탁대로 매화 향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신사에는 또한 미치자네가 유배 올 때 끌고 왔다는 황소가 동상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 소의 뿔을 손으로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믿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상의 뿔 부분을 쓰다듬었는지 번들번들하다.
<글·사진=이영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