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 대한 추억
수선화에 대한 추억
  • 제주일보
  • 승인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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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건 수필가

대학생 시절 문학강의 듣기를 좋아 했던 나는 윌리암 워즈워드의 시, ‘수선화(The Daffodils)’를 공부하면서도 꽃의 실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이 시를 감동있게 느끼질 못했다. 그런 내가 요즈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선화에 푹 빠졌다.

수선화에 대한 자기사랑이나 자아도취의 전설이 잘 알려져서인지 시인이나 문예인들이 즐겨 찾는 꽃이 되었다. 이 시의 일부를 소개하면,

 

골짜기와 산위에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이다가

나는 문득 떼지어 활짝 피어있는

황금빛 수선화를 보았다

- - - -

하염없이 있거나 시름에 잠겨

나홀로 자리에 누워 있을 때

내 마음속에 그 모습 떠오르니

이는 바로 고독의 축복이리라 (이하 생략)”

 

외롭게 떠도는 나그네가 호숫가, 강기슭 또는 수목이 우거진 그늘에 떼지어 피어있는 수선화를 보고 영적 교감을 통하여 위안을 얻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Seven Deffodils’라는 노래를 통하여 수선화라는 꽃이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의 전령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 고향 시골에는 밭의 돌담 아래에 수선화가 군데군데 피어 있는 것을 어린 시절에 많이 보았다. 시골집 울타리에도, 닭장 돌담 둘레에서도 이 꽃을 보았다. 어릴 때에는 꽃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인지 꽃이름이 수선화란 것도 알지 못했었다.

송악산 가는 길가에 하얀 수선화가 길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서 한참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에 천리포수목원에 갔을 때에 연못가에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피어있는 수선화를 보았다. 버드나무가지가 우거지고 수선화와 창포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꽃들이 우리를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는 이 꽃을 설중화(雪中花)라고도 불린다. 눈오는 추운 날씨에도 피어나는 꽃이라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개화기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다.

수선화는 그 독특한 모양새와 향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찬양하고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겸손하게 머리 숙여 피어 있는 이 꽃에서 위안을 얻고 또한 생명의 향기를 느낀다. 수선화는 외로운 이미지 때문에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로의 꽃이 된 것 같다.

이곳 제주에서 오랫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추사 김정희 선생은 이 꽃을 손수 가꾸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이 꽃에 대하여 시를 쓰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이 꽃을 자랑하였다고 한다. 수선화는 신선들이 공양하는 꽃이라고 하여 물에 있는 신선으로 묘사되고 있다.

내가 자주 산책하는 여기 한라수목원에도 연못 근처와 사무실 근처에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노란 수선화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수선화의 이름을 알고 꽃과 자주 접하면서 눈여겨 보게 되고 내 쪽에서 정을 보내게 되었다.

이제 수선화 계절이 다가오면 새로운 마음으로 찾아봐야 할 곳이 많아진 셈이다. 우리 시골에 피어 있는 하얀 수선화, 송악산 가는 길에 길게 늘어선 수선화, 그리고 천리포수목원에 있는 수선화를 다시 보러 가야 될 것 같다. 어느 시인이 말한 것 처럼 꽃의 이름을 알게 되면 사랑을 느끼게 된다고 하듯이 나도 이제 좋은 친구를 알게 되어서 마음이 기쁘다. 나의 외로움을 위안받고 싶어서일까, 수선화 계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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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to9 2020-11-23 14:05:50
예쁜 꽃이네 하며 무심히 지나쳤던 수선화에게 이런 많은 얘기들이 있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