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계절, 슬기로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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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예산(豫算)의 계절’이다.

예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1년간의 살림살이를 예상해 세입과 세출에 관한 계획서를 만들면 국회와 지방의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이다.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한 예산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기관의 승인을 거쳐야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와 여러 단체의 주장을 듣고, 집행부의 동의도 이끌어내면서 타협과 조정의 정치력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국회와 의회는 집행부가 짠 예산안에 대해 적정성을 따져 불필요하거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비를 줄이기도 한다. 또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업비를 늘리기도 한다.

정부가 편성한 2021년도 예산안은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국비 사업의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17건 344억원 규모이다. 수돗물 유충이 발생했던 강정정수장 정비 사업을 비롯해 4.3 복합센터 건립 설계용역비, 일본EEZ 대체어장 원거리 출어 경비 등이 그것이다.

정부 예산은 법정 시한을 지킨다면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이때 제주도와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의 국비 확보 성적표가 나오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도교육청이 제출한 새해 예산안도 다음 주 도의회에서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된다. 도의회에는 벌써부터 증액을 요구하는 ‘손톱 밑 가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 규모는 올해보다 70억원 늘어난 5조8299억원. 코로나19 여파로 지방세 감소가 예상됐지만 지방채(3525억원) 발행을 통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도민사회에 영향이 큰 민간행사 사업 등 민간보조금을 대폭 줄였다. 공무원 인건비와 버스준공영제 손실 보전 지출 비용은 막대하다.

제389회 도의회 제2차 정례회 첫날인 지난 16일 본회의장.

원희룡 지사는 시정연설에서 “의회와의 협치 아래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가용재원을 끌어 모으고 지방채를 발행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 편성 방향으로 도민의 생존과 지역경제 활성화, 생명산업인 1차 산업 분야 증액, 안전망 구축 등을 역설했다.

반면 좌남수 도의회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도민이 행복해서 살맛나는 더 큰 제주 건설’을 표방했으나 코로나 피해가 가장 큰 문화관광을 비롯해 환경, 에너지 부문의 예산 감소는 제주가 지향하는 목표와도 부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민의 뜻을 대변해야 하는 의회의 입장에서 보면 예산안에 대해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 심사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더구나 제주도는 그동안 도지사 동의를 얻어 의결된 증액 예산을 집행 과정에서 손질했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상황이다.

제주도는 도의회에서 통과된 증액 사업을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해 일부를 삭감 또는 부결시키다가 행정안전부와 제주도감사위원회로부터 잘못된 행정행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9월 도의회에서 사과했다.

이에 앞서 원희룡 지사 취임 첫 해인 2014년에는 도의회 증액 요구 사업을 상당수 부동의하는 충돌 끝에 예산안 부결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음 달 15일에는 제주도 예산안 의결 절차가 예정돼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슬기로운 정치력으로 지방자치의 모범 성적표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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