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바다 가득 은빛 물결 펼쳐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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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용수포구(上)
거친 풍랑으로 남편 잃은 고씨 부인 사연 담긴 곳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바다 안에 담기다
유난히 날이 좋은 날 찾은 용수포구. 잔잔한 바다 가득 은빛 물결 조용히 펼쳐놓았다가 잠시 거두어가길 반복한다. 어떤 손길의 막중한 영향력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유난히 날이 좋은 날 찾은 용수포구. 잔잔한 바다 가득 은빛 물결 조용히 펼쳐놓았다가 잠시 거두어가길 반복한다. 어떤 손길의 막중한 영향력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용수바다가 이리도 순할 수 있을까. 저들만의 시간표에 따라 망중한을 즐긴다. 잔잔한 바다 가득 은빛 물결 조용히 펼쳐놓았다가 잠시 거두어가길 반복한다. 어떤 손길의 막중한 영향력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지난날 이곳 용수포구도 날씨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나보다. 평상의 날씨를 깨뜨리며 사뭇 사나운 표정을 짓던 이곳 포구 언저리의 심사 또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용수 앞바다에서 조선 말기에 거친 풍랑으로 남편을 잃은 고씨 부인의 사연이다. 코앞인 듯 닿을듯한 차귀도엘 다니러간 남편 강씨. 농한기에 바구니를 짜서 팔 대나무를 마련하러 동네에 사는 두 분과의 동행하다 조난을 당한다. 당시 두 분의 사체는 발견됐으나 유독 남편의 시신만 찾지 못해 애태운다. 오로지 남편 찾을 생각에 두 발이 다 부르튼 것도 모른 채 헤매어 다니던 부인의 심사는 오죽했을까. 용수포구의 엉덕동산에서 소복차림으로 오롯이 죽음을 선택한 고씨 부인이다. 지고지순한 지난 사연이 너무나 아름다워 절로 슬퍼진다. 이런 사랑을 요즘은 찾아볼 수나 있을지. 품 너른 늘 푸른 구실잣밤나무를 비롯하여 절부암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았듯, 벼랑 끝의 숭고한 선택을 대변할 듯 오롯한 초록빛 고목 군단들마저 그 뜻을 기린다.

 

‘절부암 사연도 이제 유물처럼 떠돌겠네// 왜 그리 바삐 갔을까,/ 놓고 가신 주민등록증’을 시낭송가 이정아님이 김신자 시인의 시조 ‘주민등록증’을 낭송한다.
‘절부암 사연도 이제 유물처럼 떠돌겠네// 왜 그리 바삐 갔을까,/ 놓고 가신 주민등록증’을 시낭송가 이정아님이 김신자 시인의 시조 ‘주민등록증’을 낭송한다.

절부암 사연도 이제 유물처럼 떠돌겠네// 왜 그리 바삐 갔을까,/ 놓고 가신 주민등록증을 시낭송가 이정아님이 김신자 시인의 시조 주민등록증을 낭송한다. 절부암 사연과 더불어 집에서도 막내인 시인이 그리운 아버지의 죽음을 애틋한 심정으로 그려놓고 있다.

 

더 이상 용수 포구엔

배가 들지 않는다

바다를 가로질러 메워가는 저 포클레인

절부암 사연도 이제 유물처럼 떠돌겠네

 

왜 그리 바삐 갔을까,

놓고 가신 주민등록증

지금쯤 저승에서 불심검문 안 당할까

폐비닐 저 오존층에 갇히신 내 아버지

 

4월엔 멀미난다,

어질머리 저 방사탑

우리 집 궤짝까지 액운을 막아주던

독수리 저 날랜 눈빛, 눈알 쪼는 그리움

 

-김신자, ‘주민등록증전문

 

죤 덴버의 ‘Annie's Song’과 김영헌님의 자작곡 ‘사랑이었어’가 주위를 촉촉하게 적신다. 자작곡은 가수인 김영헌님이 고등학교 때 쓴 가사에다 곡을 붙인 것으로 ‘사랑이었어’가 수없이 등장할 만큼 사연 또한 절절했나보다.
죤 덴버의 ‘Annie's Song’과 김영헌님의 자작곡 ‘사랑이었어’가 주위를 촉촉하게 적신다. 자작곡은 가수인 김영헌님이 고등학교 때 쓴 가사에다 곡을 붙인 것으로 ‘사랑이었어’가 수없이 등장할 만큼 사연 또한 절절했나보다.

이어지는 죤 덴버의 ‘Annie's Song’과 김영헌님의 자작곡 사랑이었어가 주위를 촉촉하게 적신다. 자작곡은 가수인 김영헌님이 고등학교 때 쓴 가사에다 곡을 붙인 것으로 사랑이었어가 수없이 등장할 만큼 사연 또한 절절했나보다.

 

화가인 고은 작가가 현장의 풍경을 담는다. 찰나의 순간은 작가의 기록을 통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화가인 고은 작가가 현장의 풍경을 담는다. 찰나의 순간은 작가의 기록을 통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늦가을 햇살이 이리도 고울 수 있을까. 고씨 부인의 사연을 절부암이 대변하는 까닭이다. 사무치도록 애끓던 길목, ‘엉덕동산숲에서 남편을 찾아 헤매던 고씨가 목을 매었던 바위 아래로, 3일장 지내는 동안에 홀연히 남편 시체가 찾아든다. 이에 동네 주민들이 제전을 마련하여 해마다 35일에 제사 지내는 일이 이어진다. 이곳 벼랑 위의 숭고한 사랑에 신혼부부들이 찾아드는 명소다.

수시로 목숨을 앗아가고 마는 바다의 속내를 어찌 물어나 볼지. 이날따라 늦가을 햇살 머금은 드넓은 해상이 평온하기 그지없다.

 

사회 정민자

사진 허영숙

그림 고은경

시낭송 김정희, 이정아

스텝 최현철

영상 김성수

연주 및 노래 윤경희, 김영헌, 전병규, 현희순

글 고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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