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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료원 부속요양병원 가정의학과장 최경만

환자를 본 다는 것은 내 자신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자신이 진 짐을 타인이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도 다르지 않다. 의사도 환자를 앞에 두고 자신의 그림자와 씨름질한다. 의사가 편하면 환자도 편하고 의사가 불편하면 환자도 불편하다.

요즘 집사람이 제주도에 와 있으니 작은 원룸이 더 작다. 밥 먹으니 눕고 싶고 누우니 티비를 본다. 몸이 불어 쉽게 피곤하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내가 한결 같을 수도 없고 한결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도 힘들다.

그러다 보니 환자를 보고 사람을 만나는데 가식이 붙고 위선이 생긴다. 어찌 보면 생활과 몸을 잘 관리하고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위선이라면 위선이다. 좀 더 힘들이지 않고 예의를 지키는 정도가 아닐까. 게으르고 쉽게 남을 탓하는 내 천박한 바닥이 드러나기 전까지만 자기만족에 살 따름이다. 가식은 자신의 한계를 한 번 보게 되면 괴롭게 드러난다.

기원전 히포크라테스는 살 환자와 죽음을 벗어 날 수 없는 환자를 구분하여 치료하라고 했다. 당시와 현재의 기술과 문화가 달라 맥락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하지만 죽음을 거스를 수 없는 인생을 늘 염두에 두라는 말로 생각된다. 천 년 전 이슬람 철학자이자 의사인 이븐 시나는 의사에게 삶을 넘어선 인간의 가치를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현대 의학에서 결핍된 부분이고 요양병원에서 늘 직면하면서도 외면하는 현실이다. 환자들에게 삶을 넘어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생각해야 하나 진료를 하다보면 관행적이고 피상적이 되기 쉽다. 법과 도덕을 넘어설 수 없고 기술과 지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환자들과 본질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삶의 작은 난관에도 허덕이는 나에게 주제넘은 과제이다. 지금은 가까운 이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한결같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생활과 몸에 대한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갖고 싶다. 크던 작던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에 만족하고 싶다. 그것이 위선적이라는 생각도 눈 감고 싶다. 아직 내 짐을 벗을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있다.

살아갈수록 의술은 크고 인생은 짧다는 것을 실감한다. 진심으로 친절하고 유능한 의사, 둘 다를 성취한 의사들이 부러우나 따라 가기는 쉽지 않다. 지금보다 공부도 더 성실히 하고 더 노력해서 환자를 봐야 한다. 타고난 성품이 허락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환자의 가족들은 훌륭한 주치의가 부모나 가족을 돌봐주길 바란다. 그러나 모든 의사가 훌륭하지는 않다. 나는 크게 모자라지 않은 의사가 되길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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