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논문왕’서 건설 국책연구기관 수장으로
‘해외건설 논문왕’서 건설 국책연구기관 수장으로
  • 김재범 기자
  • 승인 20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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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와 협약 맺고 도로·교통·지하수·환경 문제 해결 지원
“제주에 건설기술연구원 분원 설립 꿈”…특화 사업 기대
민간건설 현장·공무원·교수 경험 토대 제주 발전 기여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8년 2월 7일  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를 방문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맨 왼쪽)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8년 2월 7일 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를 방문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맨 왼쪽)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59)은 민간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다 국토교통부 공무원, 대학교수로 변신을 거듭했고,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에 올랐다.

미국 토목학회(ASCE)로부터 올해의 최우수 논문상을 국내 최초로 3회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학창 시절그 후 부자간의 묘한 인연

한 원장은 1961년 제주시 일도2동에서 태어났다.

제주시 동초등학교와 오현중학교, 오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 학생회장을 맡고, 학교 대표 축구 선수로 뛰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쌍둥이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방황도 했지만, 친구들과 자주 별도봉을 오르며 마음을 추슬렀다. 3년간 학급 반장을 맡으면서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부친(한치덕·90)은 구좌읍 김녕리 출신으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근무하면서 서부두 방파제 공사 등 제주항 설계 감독 업무를 담당했다. 1970년대 초 부친이 마지막으로 발령받은 부서가 국립건설시험소였는데, 1999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통합됐다.

한 원장이 국토교통부에서 공직 생활을 경험했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부자간에 이어진 묘한 인연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서울대 진학과 도시전공 선택

한 원장은 80학번으로 마지막 본고사 세대이다. 그때는 학과를 정하지 않고 서울대학교 공학 계열로 입학했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토목공학과를 배정받았다. 항만 분야 토목기술자였던 부친과 74학번 동문인 매형의 영향이 컸다. 당시 토목공학과는 토목전공, 도시전공으로 구분됐는데 도시전공을 선택했다.

입학하던 해는 격동의 시절이었다.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5개월가량 휴교를 했다. 대학 4년 내내 민주화 운동의 영향을 받으며 시대정신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제주 출신 대학 선후배들과 제주연구회 모임을 결성하고 4·3 역사 바로알기와 제주 관광 개발 및 환경 보존 문제들을 다루기 시작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건설회사 취직과 건설 현장 경험

대학 졸업 후 산업체 병역특례로 삼호건설에 입사했다. 2년간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도시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외국 엔지니어들에게 선진 기술 및 관리시스템을 배웠다. 이어 국내 호남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3년을 근무했다.

기술고시 도전과 공직 생활

한 원장은 민간회사에 근무를 하면서 공공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이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주경야독으로 기술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병역특례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내기 직전인 1987년 행정고시(기술직)에 합격했다.

이어 1989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사무관으로 임용됐다. 건설회사에서의 실무 경험은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빨리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건설부 재직 당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의 도시기반시설 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여했다.

국가 간선도로망 계획 입안, 노후교량 관리체계 수립, 건설사업관리 제도 도입, 건설 R&D 중장기 정책 수립, 건설기술 및 건설 인프라 산업 육성 정책 입안에도 힘을 보탰다.

대학교수로의 변신

공직에 있던 199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해외건설 리스크 관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9년 귀국했다.

2001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연세대학교에서 건설경영관리 분야 전공 교수를 채용하려고 적임자를 찾고 있었는데 지인들의 권유가 있었다. 공무원 생활도 보람이 있지만 학문 발전과 후속세대 인력 양성에 매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부임 이후 총 60편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국제 학술지 논문과 100편 이상의 국내 학술지 논문을 출판했다. 이를 인정받아 2013, 2016, 2019, 3회에 걸쳐 미국토목학회(ASCE)로부터 최우수저널논문상을 국내 최초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논문들은 해외건설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리스크(위험) 인자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미리 회피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들을 제시한 연구 성과로 학계에 평판이 높다.

한승헌 원장(사진 왼쪽)이 2019년 12월 17일 건설연을 방문한 라훌 간디 인도 국민회의당 전 대표(사진 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승헌 원장(사진 왼쪽)이 2019년 12월 17일 건설연을 방문한 라훌 간디 인도 국민회의당 전 대표(사진 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발탁

20181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한 원장은 민간회사와 공무원, 학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것이 발탁 배경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내 유일 건설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 국토교통 및 건설 분야 연구개발, 정부 정책 수립 지원 등을 통해 국내외 건설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2월 제주특별자치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제주의 지역 균형 발전과 도로·교통·지하수·환경 분야의 주민 생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예산과 전문인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판 SOC(국가기반시설) 디지털 뉴딜과 건축물 화재 및 지진 안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건축물 환기 대책, 홍수·산사태 등 재해 방지,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에 대한 공적 검증 역할, 분양가 상한제에 적용되는 기본건축비 고시 등 현안들이 많고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제주도와의 협력 사업과 의의

한 원장이 제14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추진했던 일은 지역 혁신 주체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다.

그 첫 번째 성과가 20192월 제주도와의 업무협약 체결이다. 그 후 제주연구원과 함께 매년 제주 현안을 주제로 해결책 모색을 위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는 정부 출연금 총 18억원을 확보해 건설기술연구원 도로 분야 책임자들이 청정 제주 이미지에 부합하는 제주지역 특성을 반영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도로 건설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 원장은 앞으로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음식물·해양쓰레기 제거 기술, 수자원 및 청정에너지 확보 기술, 조립식 모듈화 건축기술 등 다양한 연구 분야까지 확대시켜 제주를 거점으로 타 지자체로 연구 성과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제주에 건설기술연구원 분원을 설립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분원이 설립되면 국토교통 및 건설 분야 지역거점 기술연구소로 지속 가능한 청정·안전 제주, 제주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특화 개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으로의 삶

한 원장은 내년 1월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다시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할 계획이다.

한 원장은 ···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의 생태환경 보전과 청정 제주를 구현하는 미래형 공간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활동에도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맞춤형 스마트 그린 도시 및 원도심 재생, 친환경 스마트 광역교통과 연계된 문화·관광 벨트 사업, 재난·재해에 안전한 사람 중심의 거주공간 건설, 국토교통 분야의 지역 중소기업의 애로기술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제주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각오다.

한편 가족으로는 제주 출신인 부인 김정희씨(55)1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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