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의 엄마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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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한국인의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인상적인 인물을 들라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최 회장의 유언은 매장(埋葬) 중심의 장례문화를 화장(火葬)으로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98년 폐암으로 타계하기 직전 “반드시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고 했다. 이 유언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 회장의 장례가 수목장으로 치러진 후 한 달 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되고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됐다. 이로 인해 1990년대 초까지 20%에 불과했던 화장률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80%를 넘어섰다. 제주지역도 이 정도 수준에 이르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유언에 따라 2010년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화장시설을 준공해 기부했다.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41)가 최근 비혼 상태에서 출산했다. 지난해 의사로부터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정자은행으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선택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시술했다고도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 응원과 지지가 쏟아지고 있다. 가부장제 밖에서도 출산을 상상하게 됐다는 호응도 있다. 결혼 밖 출산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제도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으려면 배우자인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비혼은 물론 미혼 여성이 아이를 갖고 싶어도 배우자가 없기에 정자를 기증받을 수 없다. 이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선 결혼을 해야만 가능하다. 외국에선 사유리 같은 비혼모를 ‘초이스 맘’이라고 하며, 자발적 의지로 아이를 낳거나 입양을 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키듯, 누군가의 용기 있는 말이나 행동은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 화장 유언은 묘지로 인한 토지의 잠식을 막았다.

사유리의 엄마 미소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기대된다. 모든 탄생은 진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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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본 후 글쓰죠~ 2020-11-23 20:05:48
비혼출산을 무슨 문화유행으로 생각하는 분이 글을 썼네요! 이게 얼마나 부작용이 심각한지는 아세요? 아니 모르니까 이렇게 낭만적인 글을 쓴 것이겠지요. 유럽 먼저 어떤 상황인지 보세요. 혼외출산율, 이혼율이 치솟아서 가정이 거의 붕괴직전입니다. 그렇다면, 남자/여자/아이 누가 어떤 이익을 얻나요? 모두 망하는 거 아닌가요?

정신없는 분같으니! 2020-11-23 20:00:42
사유리씨 개인사를 정치적 쟁점화시키는 자들로 인해 화난다! 혼외출산율을 높이자는 것인데, 대리모출산 등으로 치달아 가정해체로 이어진다는 걸 저리도 모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