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륙 최서단…대서양의 아름다움 품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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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포르투갈 리스본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도시의 아름다움 서정적 표현
중심지 바이샤·구시가 알파마·리베르다드 여행 추천 지역
바이샤 지구 전경 모습. 리스본 여행의 0순위다. 도시에서 가장 번화가이면서 역사 지리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바이샤 지구 전경 모습. 리스본 여행의 0순위다. 도시에서 가장 번화가이면서 역사 지리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신명숙, 39. 형기 20, 재감 17, 출감 3년을 앞두고 병사. 스물두 살의 처녀로 수감되어 서른아홉에 시체가 되어 나오다.’

이병주 작가의 단편소설 쥘부채의 여주인공 이야기다. ‘하아얀 눈 위에 검은 나비가 앉아 있었다로 시작된다. 섬세하고 정교한 그 조그만 쥘부채엔 음습한 요기마저 감도는 신비감이 있었다

불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동식이 어느 날 서대문 구치소 부근을 걷다가 우연히 조그만 쥘부채 하나를 줍는다.

어떤 운명처럼 이상한 힘에 이끌려 쥘부채의 주인을 찾아 나서게 되고, 근원을 추적해 가보는 끝 언저리에서 두 남녀의 가슴 아픈 사연과 맞닥뜨린다.

2013년 개봉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스토리 라인도 소설 쥘부채와 닮은꼴이다. 이상과 신념을 쫓아 살다가 국가권력에 희생된 사람들, 우연한 기회에 그런 이들의 족적을 따라나서게 된 주인공이 결국은 그들과 비교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회한에 젖는다는 그런 플롯이다

영화 속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스위스 베른의 한 고등학교 문학 교사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서, 막 자살하려던 여성을 구하게 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조그만 책 한 권을 손에 넣는다.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마력에 이끌려, 책 속 젊은이가 살았던 도시 리스본으로 무작정 떠나게 된다.

베른에서 리스본으로 향하는 야간열차 속에서 책장을 넘기며 한 줄 한 줄 강렬한 흡인력으로 빠져들고, 리스본에 도착하고부터는 책 속 인물들의 자취를 더듬어 찾아다니는 여정이 이어진다. 리스본 여행 동안 그들을 향했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의 시선은 비로소 자신을 향하게 된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아마데우는 포르투갈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레지스탕스였다.

비밀경찰에 쫓겨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스페인으로 탈출했으나, 사랑을 잃고 외로운 삶을 살다가 1974년에 지병으로 죽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대서양에 면한 리스본이라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수려한 영상 속에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

로시우 광장과 코메르시우 광장을 잇는 바이샤 거리 모습.
로시우 광장과 코메르시우 광장을 잇는 바이샤 거리 모습.

로시우 광장과 코메르시우 광장을 잇는 바이샤 거리, 누군가를 찾아 양로원으로 오가며 건너는 테주 강, 그 강을 가로지르는 멋진 현수교 425일 다리(Ponte 25 de Abril), 울퉁불퉁 비탈진 옛 도심 알파마 지구의 언덕길, 굴곡진 도로를 따라 한가로이 오가는 노란 전차 트램,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와 강변의 야경, 그 야경을 배경으로 가로등 불빛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주인공의 모습.

한 권의 수필집을 읽으며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서정적인 영화 한 편이 유럽대륙의 서쪽 끝 이베리아 반도의 옛 도시 하나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리스본은 스페인 내륙에서 발원한 테주 강이 1000를 달려온 후 북대서양과 만나는 하류에 자리 잡고 있다.

일곱 개의 높고 낮은 언덕으로 이뤄진, 기복이 심한 강변 도시다.

리스본 여행자들은 주로 6개 지역에 관심을 갖는다.

도시의 중심인 바이샤(Baixa) 지구를 사이에 두고, 동쪽의 알파마(Alfama) 지구, 서쪽의 바이루 알투(Bairro Alto)와 치아도(Chiado) 지구, 그리고 북서쪽으로 곧게 뻗은 리베르다 거리(Avenida da Liberdade) 일대와 좀 멀리 떨어진 서남단의 벨렘(Belem) 지구다.

리스본 여행의 우선순위를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매겨본다.

반나절 정도만의 시간이라면 바이샤 지구가 0순위다. 가장 번화가이면서 역사 지리적으로도 가장 의미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알파마 지구 모습. 붉은 지붕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알파마 지구 모습. 붉은 지붕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구시가를 대표하는 알파마 지구다.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시작된 초기 지역이고 구도심의 정취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세 번째는 리스본의 샹젤리제로 비유되는 리베르다드 거리다.

여기까지 3개 지역이면 리스본의 과거와 현재를 대략 훑어보는 셈이 된다.

벨렘 지구는 발견 기념탑과 벨렘 탑 그리고 제로니모 수도원으로 유명하다.

시 외곽인 만큼 시간 여건이 되면 대중교통으로 다녀와 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바이루 알투와 치아도 지구는 위 순위 지역들과 분위기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더 활기차다는 특징이 있다.

바이샤 지구에 있는 로시우 광장. 리스본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바이샤 지구에 있는 로시우 광장. 리스본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리스본이라는 도시는 고대 이래 대략 여섯 번 정도의 역사적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BC 200년 로마제국에 편입, AD 714년 이슬람 지배, AD 1255년 해방과 함께 리스본을 수도로, AD 1415년 북부 아프리카 세우타 점령하며 대항해시대 개막, AD 1755년 대지진으로 리스본 시가지 대부분이 파괴, AD 1974425일 카네이션 혁명.

이들 중 리스본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거나 실감하는 건 번 대지진에 관해서다. 시야에 들어오는 많은 정경들이 대지진 이후 새로 건설된 것들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번 민주화 혁명에 참여했던 과거 젊은이들의 삶과 죽음을, 현재의 중년 남자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남자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리스본 풍경들은 바이샤 지구와 알파마 지구 그리고 테주 강 주변이다.

리스본 12일 여행이라면 이상의 것들을 고려하여 리베르다드 거리-바이샤 지구-알파마 지구 순으로 움직이는 동선이 가장 효율적이겠다.

총거리는 6, 짧아 보이지만 알파나 지구 경우는 비탈진 언덕이 많아 걷기에 쉽지만은 않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특히 트램 28번 노선을 잘 이용하면 걷는 구간을 줄이고 편하게 다닐 수도 있다.

트레킹 루트 1 신시가(3)=에드워드 7세 공원(Parque Eduardo VII)-폼발 후작 광장(Praca Marques de Pombal)-리베르다드 거리(Avenida da Liberdade)-레스타우라도레스 광장(Praça dos Restauradores).

트레킹 루트 2 바이샤 지구(1)=레스타우라도레스 광장-로시우 광장(Praça do Rossio)-페드로 4세 광장(Praça Dom Pedro IV)-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아우구스타 거리(Rue Augusta)아우구스타 개선문(Arco da Rua Augusta)-코메르시우 광장(Praca do Conercio)두 개의 기둥(Cais das Colunas)-리스본 문화 센터(Lisboa Story Centre).

트레킹 루트 3 알파마 지구(2)=리스본 문화 센터-리스본 대성당(Catedral de Lisboa)-산타루치아 전망대(Miradouro de Santa Luzia)-포르타스 두솔 전망대(Miradouro das Portas do Sol)-상 조르제 성(Castelo de S. Jorge)캐슬 전망대(Miradouro do Castelo de São Jorge).

<·사진=이영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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