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의 수뇌부가 있는 도쿄 한복판에서 항일운동을 한 아버지가 사후 51년 만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서 한없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제주 출신 김영하 단국대 명예교수(75)는 26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부가 부친 김신형 지사(1921~1969)에게 수여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제주시 한림읍 한림리 출신인 김 지사는 1941년 4월 일본 와세다대학 부설 실업학교 야간부에 입학, 낮에는 항공기계공장에서 일하면서 주경야독을 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멸시하고 천대하는 것에 분개, 독립운동을 결의했다.
영어에 능통했던 그는 단파방송 수신기로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방송을 청취하며 격변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알게 됐다.
이어 일제에 항거할 동지 4명을 모아 지속적으로 만나 식민지 정책을 대내·외에 폭로하고, 한국인이 지원병으로 입대하지 못하도록 활동을 했다. 또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젊은이들과 연대하기로 했다.
그는 본명 대신 ‘김굉거’라는 이름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도쿄경시청 형사에게 체포됐다. 1944년 9월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도쿄형사재판소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해 풀려났다.
영어를 잘했던 그는 도쿄에 주둔한 미국부대의 통역관으로 일했고, 미군이 철수하자 도쿄와 요코하마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다. 고향인 한림읍에 소방·행정 장비를 기증, 1967년 당시 장의봉 한림읍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식당 영업은 번창했지만 옥살이와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김 지사는 48세에 별세했다.
김 지사의 아들 김영하 교수는 한림공고와 단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 부친이 다녔던 와세다대학에서 1983년 공학박사를 취득했고, 1993년부터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김 교수는 “아버지의 재판기록과 수형기록을 찾기 위해 도쿄형사재판소에 수 십 차례 갔으나 전쟁 당시 미 공군의 폭격으로 자료가 소실됐다”며 “뒤늦게 증빙자료를 찾아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