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일자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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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25살 청년 아들은 대학 졸업반이다. 몇 년 전, 말년 휴가 나온 아들이 “좋은 시절 다 갔다. 지금부터 전쟁이다”라며 앞으로 살아 갈 고민하기 시작했다. 난 내 아들의 고민과 목표가 단순히 정책에서 말하는 ‘좋은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 구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향후 50년 이상 먹고 살 ‘인생 일자리’를 찾고 있다 믿는다. 하지만 인생 일자리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일자리지원 정책은 제조업, 중공업, 대기업 중심이다. 제조업 비중이 적고 중공업 대기업이 없는 제주에서 공공부문을 빼면 민간 기업 고용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 사회적 경제조직, 청년창업, 벤처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눈높이로 표현되는 청년고용 만족도가 높지 않는 이유다. 한편 사회보장제도는 대부분 정규직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인력을 구해 임시계약을 맺고 단기간 일하는 ‘긱(gig)경제’ 같은 단기, 계약직, 프리랜서 근로자들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 의무가입, 기본 소득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향후 일자리 전망도 암울하다. 간추리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융복합화로 인한 일자리 변화, 위드 코로나19로 인한 산업생태계 변화와 그로 인한 일자리 변화, 플랫폼 전성시대 도래로 인한 일자리 변화 등이다. 마치 세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와중에 그 톱니바퀴들이 어느 한순간 일치하여 간극이 생기는 요행의 순간을 마냥 기다리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했다. 다행히 요즘은 전문가들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진화(進化)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본격적인 비대면 사회가 등장했다. 이는 온라인 쇼핑, 교육, 금융, 문화 등으로 확산됐고, 이를 다루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촉진하며 혁신시켜 왔다. 플랫폼은 다양한 이용자 집단을 매개하는 인프라 구조를 제공하고 네트워크 효과가 유발하는 성과를 향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높은 보수가 주어지는 소수 일자리만 창출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부스러기 같은 일자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

이처럼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소수화, 독점화되어 노동시장을 양분하고 생애 최초 취업을 포함한 노동약자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개선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당연히 변화를 두려워 말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우선,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비제조업 부분 중소기업, 창업기업에 대한 고용 지원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 아울러 플랫폼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여러 제도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공공부문 정규 일자리로만 좁히지 말고 청년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생 일자리로 넓게 그려가야 한다. 실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자. 실패를 용납하는, 실패를 공감하는, 실패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자. 그래야 가득이나 소심한 내 아들딸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

청년과 부모는 물론 기업과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집중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조치지’ 말고 ‘조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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